JTBC 은 ‘돌연변이’다. 종합편성채널의 탄생과정과 보수신문 사주와의 특수 관계를 생각하면 오늘의 보도는 불가능하다. TV조선처럼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며 극우보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이 인과관계에 맞고 논리적이다. 하지만 JTBC는 종편이란 태생적 한계에도 공정보도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의 변화가 오늘의 JTBC뉴스를 만들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5월 13일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첫 출근에 나섰던 언론인 손석희가 있다.

손석희 사장은 당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양 진영 간 골이 점점 깊어진다는 것”이라며 “JTBC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론 역할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며, 결국 그 길이 저 개인 뿐만 아니라 JTBC의 성공”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정파저널리즘을 극복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사주의 의지에 꺾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6일 손석희 사장이 진행하는 이 시작된 지 8개월이 흐른 지금, 평가는 달라졌다.

지난 2일 진도 현지의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미디어오늘이 만난 실종자 가족들은 대부분 JTBC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오후 9시가 되면 진도실내체육관에는 JTBC 손석희 앵커의 모습이 비춰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방송3사는 거짓말만 했다. 우리는 귀족방송은 안 본다. 이종인(보도) 때문에 JTBC 신뢰도가 반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귀족방송보다는 낫다. 그래서 지금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피해당사자들이 신뢰하는 뉴스가 국가재난주관방송 KBS가 아닌 민영방송이란 점은 상징적이다.

   
▲ 지난해 9월 JTBC 개편 당시 기자·앵커들의 단체사진. 중앙에 손석희 사장이 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도 “JTBC만 본다. 다른 방송에 비해 훨씬 신뢰가 간다. 정부 비판을 조금이라도 하는 방송은 여기뿐이다. 다른 곳은 정부 좋은 말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진도 상황이 완전 엉망이었는데 다른 방송은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언론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지 않은 언론사는 실종자·희생자 가족에게 외면당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신이 되어 돌아온 자녀의 스마트폰에 담긴 동영상을 JTBC에게 제공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JTBC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세월호 참사보도 이후 증가했다. (관련기사 8면) 시청률은 여론의 반향을 드러냈다. JTBC 은 세월호 참사 이후 시청률이 2~3배 수준으로 올랐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진행된 4월 28일자 방송은 5.06%의 시청률(유료방송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이 시청률 5%를 넘긴 첫째 날이었다. 같은 날 타사 종편 3사는 합산시청률 4.84%를 기록하며 에 못 미쳤다.

주목할 점은 지상파 메인뉴스와의 격차였다. 이날 수도권 유료가구 시청률에서 은 5.47%, MBC <뉴스데스크>는 5.76%를 기록했다. JTBC뉴스가 지상파 메인뉴스 시청습관에 근접한 것이다.

JTBC는 지난해 9월 16일부터 뉴스포맷을 크게 바꾸고 손석희 앵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논란의 중심이었던 인물들이 직접 출연했고, 매일매일 하나의 이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MBC 라디오 <시선집중>의 비디오 버전이다’, ‘삼성을 비판하진 못할 것이다’, ‘얼마 못 갈 것이다’라는 여러 혹평과 예측은 하나씩 깼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도 에 출연해 삼성을 비판했다.

보도가 호평을 얻으며 시청률이 올랐지만 타사 종편 메인뉴스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보도 이후 JTBC는 타사 종편을 압도하고 있다. 해경·해수부·중대본 등 정부 측의 재난대응실패를 끈질기게 보도하며 세월호 사고 원인과 ‘언딘’의 문제, 해경·민간잠수부 간 갈등과 같은 이슈에 집중했다.

손석희 앵커는 5일간 팽목항 현지에서 뉴스를 진행하며 현장감을 살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타사보다 비중 있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4월 27일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인터뷰를 12분간 내보내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 흘렸다.

세월호 참사보도 과정에서 JTBC기자들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JTBC 평기자는 “지상파에 비해 인력과 장비가 많이 열악하고 특보를 계속 가동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시청률 상승보다 실종자가족들이 믿고 보는 뉴스라는 게 가장 큰 칭찬이고 격려였다.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손석희 사장은 우리에게 취재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 기자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있다. 세월호 보도를 통해 JTBC보도의 방향이 정립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JTBC 고위간부는 지난 1년간 JTBC의 변화를 두고 “손석희 사장은 뉴스전문가다. 뉴스를 선택하고 바라보는 방법이 한 단계 더 좋아졌다”고 말했으며 최근 시청률 상승에 대해선 “지금껏 하던 대로 해왔다.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JTBC 보도국은 세월호 보도를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결집되어 있다. 지난해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자 중앙일보·JTBC 소속 기자들이 단체성명을 내며 불공정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JTBC 뉴스에 대한 평가는 언론운동진영에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공정방송을 주장하다 해고된 이용마 MBC 기자(전 MBC노동조합 홍보국장)는 JTBC를 두고 “있는 그대로 평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마 기자는 “JTBC 평가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인색한 게 사실이다. 손석희 사장이 떠나면 지금의 JTBC도 사라질 거란 인식에 평가를 주저하는 게 사실이지만 손 사장이 있는 JTBC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용마 기자는 “실제로 만나본 JTBC 기자들 중에는 건전한 기자들도 상당수 있다. 보도국도 민주적으로 운영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 손석희 JTBC ‘NEWS9’ 앵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자본의 속성상 생존을 위한 틈새전략이란 시각도 있고 손석희 개인이 JTBC내에서 독립성을 확보하며 가능했다는 해석이 있다”며 “손 사장에 대한 (긍정적)평가가 몰리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그러나 “세월호 보도를 기점으로 JTBC에 특종이 몰리고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언론운동진영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열린 마음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JTBC가 종편의 저널리즘 확보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홍성일 문화연대 운영위원(언론학 박사)은 지난 4월 한 토론회 자리에서 “종편도 고급뉴스와 대중뉴스로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고급뉴스의 선두주자는 JTBC”라고 지적한 뒤 “JTBC가 손석희씨를 보도본부 사장으로 영입하며 방송저널리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JTBC의 차별화가 종편의 제자리를 찾는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 전망했다.

JTBC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호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09년 당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반대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최상재 전 언론노조위원장(SBS PD)은 “언론인으로서 손석희 사장에 대해선 의심이 없지만, 오늘날의 JTBC보도는 삼성과 중앙일보 권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금은 자본권력이 언론권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공영방송이 못해서 상업방송이 돋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대안이 JTBC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지적했다.

최상재 전 위원장은 “실수가 많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본력이 강할수록 정치권력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하며 “JTBC의 평가기준은 삼성권력을 얼마나 가혹하게 비판하는지가 되어야한다. 지금까지 JTBC의 삼성보도는 면피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호평과 혹평은 엇갈리지만, JTBC 뉴스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인 손석희는 1년 전 MBC를 떠나 JTBC로 옮기며 정론보도를 약속했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그는 약속을 지켰다. 세월호 참사 이후 JTBC 보도는 냉정한 평가와 함께 전보다 많은 기대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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