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후 많은 국민들이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교통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김시곤 KBS 보도국장. 김 국장은 사실 그동안 몇 차례 보도공정성 문제나 설화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는 김 국장이 이명박 대통령 초기 김인규 사장을 옹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수요회’에 참석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9년 경제팀장으로서 KBS의 4대강 리포트 중 하나인 ‘4대강 예산 어떻게 마련하나’ 편에 대해 승인을 거부해 리포트가 불방 된 사실도 있다.

당시 김 국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여야의 의견이 다른 상황이고 예산 배분의 권한은 정부 여당이 가지고 있는데 아이템에는 야당의 이야기만 들어있었다”며 “해당 아이템이 방송됐다면 대표적 불공정 아이템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시곤 KBS 보도국장
 
이와 함께 김 국장은 2012년 9월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협회장에게 ‘옵저버에 불과해 발언권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KBS 규정에는 평기자 대표가 편집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지난해 1월 보도국장 취임 이후 재차 기자협회장의 편집회의 발언을 금지한다고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KBS는 이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자 ‘편성규약의 올바른 이해’라는 주제의 특강을 열기도 했다.

김 국장은 용산참사에 대해 ‘참사’를 ‘사건’으로 수정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당시 KBS 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김 국장은 보도국 부장단 회의에서 “‘용산참사’라는 용어는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KBS는 용산참사 이후 계속해서 이를 ‘참사’로 표기했지만 직후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서는 ‘공약 파기’를 ‘수정’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5월 불거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중학교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국장은 논란에 휩싸였다. KBS 기자가 이 부회장 아들의 성적 조작을 확인해 특종을 올렸는데 김 국장이 ‘특종이라고 뉴스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논리로 보도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기자협회와 노조가 항의하자 ‘나중에 시끄러워질 것 같아 더러워서 내준다’라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정적인 것은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당시인 지난해 9월, KBS가 뉴스9 첫 보도로 TV조선을 인용 보도했을 때다. 이에 KBS 기자협회가 김 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준비하기도 했는데, 당시 김 국장은 “이번처럼 뉴스가치가 높은 아이템일 경우 타매체 보도를 받지 않을 수 없다”며 “물먹은 해당 부서장과 해당 기자를 나무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데 보도국장을 탓하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취지로 말해 내부 반발을 샀다.

김 보도국장이 논란에 오른 것은 이처럼 대부분 정권이나 재벌에 대해 편향적 태도를 보일 때였다. 김 국장은 정홍원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서 KBS 기자가 포착한 재산신고 누락을 “기사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성적조작 사실도 ‘가치 높은 뉴스가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에 대해서는 TV조선을 인용할 만큼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김 국장 취임이후 KBS 보도는 안팎에서 ‘지나치게 정권 편향적’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TV조선 인용보도에 대해서는 KBS 본부가 “KBS가 조선일보 2중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할 정도다. 결국 김 국장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는 결국 보도 공정성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 역시, KBS는 박근혜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시신 엉켜있다’는 오보에 대해서는 표현에 있어 ‘유감’이라고 언급했을 뿐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KBS본부 관계자는 “세월호 보도 정상화의 시작은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시곤 보도국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 국장은 이런 논란들은 KBS 본부가 정치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고 ‘정치적 목적’으로 KBS 본부가 KBS 간부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KBS본부는 그 동안 KBS 및 KBS 간부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제기하며 KBS의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해 왔다”며 “그동안 KBS 본부의 주장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못 느껴 자제해 왔으나 이번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안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과거 노조 전임자이자 공정방송위원회 노측 간사직을 역임했던 나는 KBS본부가 이렇게까지 변질되고 정치적이 될 수 있다는데 대해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KBS본부는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KBS 특정간부를 공격하고 이를 통해 KBS와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이를 정치 이슈화하는 그릇된 투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비극이자 교훈이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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