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조선일보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 등 극단적 주장과 결별하는 것이 야당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충고하며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자 언론들은 지방선거의 주요 승부처에서 여당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여야가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반으로 한 ‘여당 우위론’은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보수언론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했다. 조선일보는 7일자 8면 기사 <서울市長 후보 지지율 변화…박원순 49.3% 정몽준 37%>에서 매일경제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 수도권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도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비슷한 분석을 제시했다. 중앙은 “정몽준 후보 지지율이 빠지고 박원순 후보가 올라간 데에 대해 전문가들은 3차 조사 이후 정 후보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미개인’ 글 파문과 세월호 참사 영향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7일자 중앙일보 12면
 
중앙일보는 또 다른 기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서울·인천·경기 유권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다소 늘어났다고 밝혔다. 여전히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0%가 넘지만, 지난 조사에 비해 50대, 40대, 30대 순으로 부정적 평가가 늘었다. 50대의 경우 지난 2월 조사에 비해 부정적 평가가 18.5%나 늘었다. 중앙은 “50대·40대는 중·고생을 학부모로 둔 세대이고 30대는 초등생 자녀들이 많다는 점에서 세월호 침몰이 학부모 세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진단이 이렇다면 보수 언론의 ‘해법’은 무엇일까.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공격을 하지 말아야 야당에게 기회가 온다는 목적이 의심스러운 조언을 했다. 조선은 7일자 사설 <지금은 野에 기회이자 위기>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의 흐름을 ‘참사를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공격의 기회로 삼으려는 쪽’과 ‘수습과 대책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구별짓기 했다.

전자의 예는 일부 언론, 인터넷, 촛불 집회를 통해 ‘대통령 하야’ ‘가만히 있지 말라’고 외치는 시민들과 야당 내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탄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권을 확실히 심판하자”고 말하는 김상곤 경기지사 후보도 그 사례다.

   
▲ 7일자 조선일보 35면
 
조선일보는 야권이 이런 ‘극단적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휘둘리면서 “국민의 분노를 잘못 짚어 정치 수단으로 삼으려 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사안이 특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새정치연합도 모를 리 없다”며 유가족들 사이에서 나오는 특검 요구조차 ‘극단적 주장’으로 일축한다.

조선은 이어 “새 정치를 할 곳은 바로 이런 때, 이런 상황에서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야당이 극단적 주장과 선을 긋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야당이 이 길로 간다면 국민에게 신선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형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책임을 묻는 행동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동시에, 야당으로서의 올바른 역할이 아닌가? 야당은 오히려 공약파기에 해당하는 새누리당의 ‘기초연금’법에 합의했다가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대로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주어지는 ‘기회’가 과연 누구에게 ‘기회’가 될 것인지 의문이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조선일보가 ‘극단적 주장’을 하는 대표 인물로 꼽은 김상곤 후보를 저격했다. 배혜림 동아일보 기자는 ‘기자의 눈’ 코너에서 “김 후보가 3월 도지사 출마를 위해 교육감직을 사퇴했다. 그래서 경기도교육감은 현재 공백 상태”라며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많은 희생자를 낸 경기 안산 단원고의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이 사고 이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라고 말했다.

   
▲ 5월 7일자 동아일보 10면
 
배 기자는 또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대정부 공세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허물은 관대하게 넘어가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배 기자의 지적대로 김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연관시키는 의도는 무엇일까. 야당 후보로서 ‘탄핵하자’도 아니고 ‘탄핵에 가까운 심판’을 하자고 주장한 것이 뭐가 그렇게 문제일까.

동아일보의 말을 바꾸어 말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선장을 살인자 취급하고 엄벌을 거론하며 ‘관피아’와 자신을 제외한 공무원들에 대한 공세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책임은 관대하게 넘어가려 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동아일보는 김상곤 후보의 책임을 묻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었나.

가장 심각한 것은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야당도 개조해야 한다>이다. 김진 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시국에서 갑자기 ‘국정의 막강한 통제자’인 야당도 바뀌어야한다고 외친다. 그러면서 문재인 의원이 진도에 내려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것을 두고 “그가 비서실장이던 노무현 정권 때 국격이 어떻게 됐는가”라고 묻는다. 김정일 앞에서 굽실거렸다던가 노무현 대통령이 거액을 받고 자살한 것이 국격 상승인지 하락인지 반문한다.

   
▲ 7일자 중앙일보 31면
 
김진 논설위원의 태도는 국무회의에서 ‘기존의 적폐’를 언급하며 과거의 관행을 탓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와 놀랄 정도로 닮아있다. 박 대통령 책임을 묻는 야당에게 ‘노무현 때는 어땠는지 아냐’며 과거 이야기를 꺼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그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인해 정부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고, 박 대통령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다시 사과해야만 했다.

김진 위원은 “여당과 정부, 청해진과 세월호 선원들, 이들만 무책임한 게 아니다. 과거를 잊고 여당과 국가를 구별하지 못하고 실체 없는 새정치로 호객하는 야당, 이들도 세월호 앞에 할 말이 없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김진 위원의 글은 조금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정부를 구별 짓기하며 야당에게 ‘기회’가 왔다고 호객하는 언론,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야당과 과거를 탓하는 언론도 세월호 앞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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