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소식을 전하는 KBS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했던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말, 한 부서 구성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김 국장이 몇몇 기자들 앞에서 세월호사고와 교통사고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측은 김 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식사자리에 참석자는 그렇게 들었다는 것이다. KBS본부는 김 국장의 발언은 “어처구니 없는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시곤 보도국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를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국장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만큼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많다는 것”이란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세월호 희생자가 적다느니 그런 말은 맞지 않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왜 뉴스특보를 하겠냐”고 반박했다. 이어 “안전사고와 관련해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KBS 본부 측은 굳이 세월호 참사 문제를 거론해야 했냐고 지적했다. KBS 본부 측 관계자는 “직접 발언을 들은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해 우리에게 알려왔다”며 “본인의 취지는 있겠으나, 그런 식의 비유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검은 옷 착용금지에 이어 국민정서와는 상반된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발간 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노보, 사진속 인물이 김시곤 보도국장.
 
KBS 본부는 3일 성명을 통해 김시곤 국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KBS 본부는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상갓집처럼 비통한 맘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의 보도국장이 국민 정서는 물론 현실과도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망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본부 측은 김 보도국장이 이전에도 “‘용산 참사’를 ‘용산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는 ‘공약 수정’으로 고쳐서 보도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9시 뉴스에서 한 종편방송을 그대로 베끼기까지 했다”며 “KBS 공정성을 훼손시킨 김 국장의 독단과 독선은 일선 기자들뿐만 아니라 부장급 간부들도 뒷전에서 수군거리던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KBS 본부는 “현재 KBS는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분노한 시민들에게 공격당하고, KBS 재난방송 사상 이례적인 시청률 하락은 물론 신생 종편 방송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즉각 국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 KBS 신관 앞에 걸려있는 펼침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앞서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해 파문이 인 바 있다. KBS 측은 아직 실종자가 많이 남아있고 사고 수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모 분위기로 접어드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김 국장은 사내 인트라넷망에 “검은 옷 착용은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 실종자를 사망한 것으로 결론짓는 것 아니냐는 몇몇 시청자의 문제 제기로 검은 옷 착용을 금지시켰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KBS 본부 측은 “그런 시청자 의견은 없었고 오히려 화사한 옷보다는 어두운 옷을 착용해달라는 제안과 노란 리본을 달아달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시청자가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KBS 본부는 “KBS에서는 일반 시청자가 절차상 보도국장과 직접 통화하기가 어렵다”며 “그렇다면 김시곤 보도국장이 주장한 ‘곧바로 몇몇 시청자의 항의’는 누구였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김 국장 휴대전화를 통해 직접 들어온 항의라면 KBS 보도국장에게 자유로이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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