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가 2일 저녁 KBS 앞에서 열렸다. KBS 앞에서 열린 이유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참사 관련 KBS의 보도가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데 편향돼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전원구조’ 오보와 ‘선내 시신’ 오보,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KBS가 앞장서고 있다. 이것이 이들의 주장 요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촛불집회는 민언련 외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언론관련 단체들과 이용길 노동당 대표, 촛불시민 등 총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은 촛불집회 후 KBS IBC 문 앞을 지나 외곽 인도를 따라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KBS는 집회 현장 옆에 차벽을 쳐 이들의 진입을 막았고, IBC 문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참석자들은 KBS 보도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관련 단체가 모인 만큼 특히 KBS의 보도에 대해 맹비난했다. 이들은 오는 7일 MBC 앞에서도 촛불추모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공영방송이 사실상 관제방송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2일 저녁 KBS 신관 앞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 등 언론단체와 시민, 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완기 민언련 상임대표는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자 마자 공약의 대부분을 파기했지만, 이런 대통령을 신뢰의 정치인으로 만든 곳이 언론이고 그것도 KBS”라며 “사고 이틀 위 엄청난 오보를 냈음에도 사과 하나 없고 이번 참사에 대해 국민,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보다 대통령을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대표는 “공영·재난주관방송이라는 KBS가 한심하고 답답하다”며 “우리가 내는 수신료로 운용되고 있고, 국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임에도 박근혜 대통령 단 한사람을 위해 방송을 하는 KBS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가”라고 비판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유신독재 시절보다 추잡해진 언론”이라며 “1971년 남영호 침몰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신문·방송이 지금처럼 교활한 보도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종편을 싸잡아 비난했지만 요새 KBS는 JTBC의 발바닥도 쫒아가지 못한다”며 “(KBS는) 무너져 가는 박근혜 정부를 지키는 친위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KBS, MBC, YTN, 조중동이 죽어가는 어린 목숨들에 대해 보인 태도는 한국을 인간이 살 수 없게 만드는 폭력집단과 같았다”고 덧붙였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요즘 이런 자리에서 가장 할 말이 없는 사람”이라며 “KBS는 국가재난주관방송으로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 보도국장이 앵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세월호 추모 분위기가 정권에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뉴스를 정권에 대한 유불리 기준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청와대는 하는 일이 없고 국회는 정쟁을 그만하자면서 방송법 개정안을 날치기 하는 등 그들은 뒤로 챙길 것을 다 챙기고 있다”며 “이제 민중을 조직화 해서 저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우리가 반성하고 조직된 민중을 만드는데 노력하자”고 말했다.

   
2일 KBS 신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KBS 보도에 대한 규탄 촛불집회가 치러진 가운데, KBS 신관 앞에는 '당신 곁에 우리가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신'이 '박근혜 대통령'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집회에는 언론단체 외에도 대중단체와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KBS에 걸린 대형 펼침막에는 ‘당신 곁에 우리가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 ‘당신’은 박근혜 아니냐”며 “KBS를 공중파가 아니라 ‘공주파’라고 하는데 이번 세월호에서 드러난 진정한 참사는 바로 언론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엄재철 언소주 공동대표는 “앞으로 언론과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라며 “KBS와의 싸움에서 또 하나 준비하는 것은 수신료 관련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KBS에 대해 국민의 진정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무사귀환, 재난 키우는 '관제방송' 규탄 국민 촛불집회 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고 장준하 선생 장남 장호권 씨는 “지난 17일 간 울다 눈물이 말랐다”며 “눈물이 마르면 몸이 마르고 결국 타오르고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사회지도층과 언론이 어떤 짓거리를 하는지 똑똑히 봤다”며 “언론은 박근혜의 용병이고 이제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들을 대한민국에서 몰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희 새로하나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추모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과 만나 군사·경제 주권을 팔았다”며 “전시작전권이란 주권을 팔아넘기면서 애걸복걸하다시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은 이를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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