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초점이 ‘해경’에 맞춰지고 있다. 해경과 언딘의 유착의혹, 이로 인한 사고 초기 구조활동의 문제가 점차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기 사고 현장을 총괄 지휘하던 해경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이 이른바 ‘구원파 장학생’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경을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더 짙어가고 있다.

KBS도 1일 저녁 뉴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KBS는 뉴스9 초반 4개의 리포트를 할애해 이 국장의 경질소식과 함께 이 국장을 집중 분석했다. KBS는 이에 대해 “초기 대응 미흡에 이어, 부적절한 인력 배치 논란까지, 불신이 깊어지면서 해경은 창설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지난달 28일까지 해경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꺼렸다. 해경이 사고 신고를 받고 고작 구명정 1척과 헬기 2대만 급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어난 상황에서도 KBS는 해경이 구조에 안간힘을 썼다고 보도했다. 이날 <‘구조 안간힘’ 해경 뒤로 ‘줄행랑’ 선원들> 리포트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끝까지 구명정을 챙긴 해경 옆에서 자기 한몸 살기에 급급했던 선원들”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KBS의 표정이 바뀐 것은 지난달 29일부터다. 전날 해경이 공개한 같은 동영상을 두고 29일 KBS는 “탑승객 수가 얼마인지, 또 몇 명의 승객이 선실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구조에 나선 해경”이라며 “주먹구구식 구조가 이번 참사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 2014년 5월 1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에도 KBS는 사고 초기 해경이 구조작업에 참여중인 민간업체 언딘을 참여시키기 위해 군 SSU 등 전문 잠수인력의 투입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장지휘권을 가진 해경은 당시 잠수사들의 투입 순서를 언딘과 해경, 해군 순으로 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30일 “‘언딘’과 해경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에 대해 다른 언론에서 잇따른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우리 뉴스는 이에 대해 눈을 감아버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 30일 ‘언딘’ 문제를 언급하는 등 KBS에서도 해경을 향해 비판을 시작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KBS 보도 변화에 대해 “보도본부장과 전화통화나 면담을 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며 “해경 정보국장과 구원파의 관계 등 중요한 내용들을 지금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면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지금 봤을 때도 크게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BS가 구원파나 선장 등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보도를 하다가 그나마 해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진전된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KBS는 ‘정부’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KBS는 1일 보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 관련 예산을 증액하라고 지시하라는 보도를 냈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전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사고 초기 수습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며 이루어지고 있는 추모행진이나 1일 노동절을 맞아 추모 목소리가 광장으로 나오고 있는 사실도 전하지 않았다.

KBS본부 관계자는 “(KBS 보도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 시청자와 실종자 가족, 유가족들이 원하는 만큼 사고 현장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보도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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