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서울시장 새누리당 경선 후보는 지난 29일 MBN이 주관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에서 “현대중공업이 그렇게 나쁜 회사인가. 나와 관련이 있다고 회사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과 국민에게 얼마나 나쁜 회사로 비치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김황식 같은 당 후보는 “현대중공업은 초일류 기업이지만, 최근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를 일으킨 안전불감증이 심한 기업이고 원전납품 비리재판에서 6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안전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느냐는 쓴소리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에서 최근 안전사고와 인명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유족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면서도 “기업인은 성직자가 아니고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와 감독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답해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지난 3월6일부터 4월28일까지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던 비정규 하청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무려 8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몽준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을 외면하고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가장 최근인 지난 28일에는 현대중공업 하청 우성기업에서 일하던 김아무개(37) 노동자는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 야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랜스포터(선박 조립용 블록을 옮기는 차) 신호 작업을 하다 안전조치 없이 추락해 숨졌다.

현대중공업은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위험한 업무를 하청노동자에게 가중하면서도 산재가 발생하면 이를 은폐하기 일쑤였다.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면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산재예방과 산재사망의 책임과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산재보험료까지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지난해 3월12일부터 22일까지 약 2주간 현대중공업 지정병원을 조사해 106건의 산재 은폐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이 중에 비정규 하청노동자는 97건을 차지했다.

사업장별 산재은폐 유형으로는 △집에서 개인적으로 다쳤다고 허위 사실 기재 강요 △사고 발생 시 기록이 남는 119구급차가 아닌 트럭이나 자가용으로 이송 △병원에 관리자가 방문해 병원 초진 진료기록에 사고 발생 장소 허위 기재 △사고로 치료받는 기간 중에도 출근한 것으로 서류 조작 등이 보고됐다.

또한 지난 3월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조합이 사내하청 노동자 1400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재를 당했을 때 산재 신청을 한 노동자는 3.7%에 불과했고, 심지어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한다고 응답한 숫자도 50.4%로 절반을 넘었다.

산재 처리가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고 등 불이익이 두려워서가 50.9%, 원청의 압력으로 업체에서 공상처리 강요는 22.3%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44.4%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24.2%는 임금명세서도 받지 않는다고 답해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문화부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노조 측에서 파악한 인원과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인원을 비교해봐야 하는데 노조로부터 구체적인 조사 자료를 받지 못해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몽준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준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현대중공업에서 하청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데 산재 사망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대책 수립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만을 전면방어하고 있다”며 “산재 예방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서고 있는 정 후보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 후보는 지난 29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에서 아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 정서 미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막내아들이 철없는 짓을 해서 많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은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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