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평화행진을 경찰이 불허했지만 법원이 이를 다시 허용해 경찰이 무리하게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여성연대와 서울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세월호 촛불 시민모임’은 지난 20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과 청계광장 등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생환을 염원하는 촛불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추모제에 이어 동화면세점에서 인사동 북인사마당까지 인도로 평화로운 침묵 행진을 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종로경찰서는 돌연 신고된 행진 경로가 도로교통법상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행진 금지를 통고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이들의 행진 금지 이유에 대해 “해당 행진 구간이 전국 주요도로 중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이며,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도 도로에 포함돼 퇴근 시간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줄 것이 확실하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인도 상 소통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같은 행진금지 통보에 대해 세월호 촛불 시민모임은 23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26일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 지난 26일 서울 대한문 앞에 모였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을 천천히 돌면서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재판부는 “집회 금지 처분에 따라 시민모임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어 긴급히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시민들의 집회시위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심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시민모임의 신청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집행정지 결정 이후 집회 상황에 대한 시민단체와 경찰의 의견을 다음 달 1일에 듣고, 이후에도 집회를 계속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한마음으로 염원하는 지금, 시민들이 침묵행진을 인도로 평화롭게 진행하겠다는 것마저 경찰이 금지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법원의 이번 판결은 경찰의 세월호 촛불에 대한 통제와 행진금지 통보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법 적용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월호 촛불 시민모임은 지난 27일부터 매일 저녁 7시에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촛불추모제를 이어가고 있다. 8시부터는 동아일보 건물 앞에서 북인사마당까지 인도를 따라 침묵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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