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세월호에 대해 보도가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다른 주요 뉴스들을 놓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참사 이후 발생한,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지워지고 있는 뉴스 일부를 소개한다.
남재준 =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 한국은 ‘남재준 정국’이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한 차례 조사 없이 검찰은 지난 14일 몇몇 국정원 직원들이 벌인 일탈행위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남재준 국정원장은 15일 3분 동안 사과문을 읽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날 국정원의 ‘셀프개혁’을 주문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 짧은 사과 이후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이 저지른 숱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남재준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고, 남 원장에 대한 해임 목소리가 높아졌다.
참사 당일인 지난 16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정원장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측면에서 국정원장 교체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역풍이 예상되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남 원장은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졌다.
원세훈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공판이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에서 열렸다.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이지만 이번 항소심은 원 전 원장의 ‘알선 수재’혐의, 즉 개인 비리에 대한 재판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이 직접 원 전 원장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황 대표는 “약속시간 전에 미리 찾아뵙고 와인박스에 (돈을) 넣어 약속된 객실의 침실 문 옆에 두고 왔다”며 “이 과정을 (원세훈) 원장님은 소파에 앉아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남재준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간첩 증거 조작 사건 관계자 유우성 씨,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 연합뉴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재판부는 국정원과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간첩이라는 증거인 유 씨의 동생 진술에 대해 “부당하게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의 구금 상태에 있었는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과 위축 속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진술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조사가 ‘불법적’이란 것이다.
유 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조작된 간첩사건이 끝나고 우리 가족처럼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간곡히 부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의 불법 수사 행태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철도민영화 = 지난 17일 국회 교통위원회는 전날 철도산업발전 국회 소위원회(이하 철도소위)가 제출한 ‘정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보고서에서 철도소위는 철도 요금 인상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철도 민영화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요금을 올린다는 것은 ‘적자’를 내세워 철도 공공성을 훼손하는 취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철도노조 파업 당시 수서발 KTX 운영권 자회사 분리가 결국 민간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며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에 새누리당에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하지만 철도소위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수서KTX 민간 매각 방지법을 담아내지 못했다.
철도노조는 16일 성명을 통해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전 국민적 논란이 정치권 중재와 국회 차원의 위원회 구성으로 새로운 방안을 마련케 된 것을 환영했지만 최종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수서KTX의 민영화 방지대책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철도 파업 이후 130명에 대한 해고와 17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 지난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한 노동자가 사망했다. 문제는 불과 한 달 사이에 8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직원 안전관리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에도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현대중공업 안 부두 도로에서 차량 신호수로 일하던 하청노동자 김모씨가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300t가량의 선박블록을 옮기는 특수 차량의 신호수 역할을 하며 뒷걸음치다 바다로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7일에는 철판이 추락했고 20일에는 추락사가 발생했다. 25일에는 족장이 붕괴되면서 3명의 노동자가 바다로 추락해 1명이 사망했다. 4월 7일에는 추락사, 지난 21일에는 화재로 인해 2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했다. 26일에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목에 에어호스가 감긴 채 추락해 숨졌다.
현대중공업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