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 부실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해경의 초기 대응과 구조 작업,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날이 거세지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9%(리서치뷰 여론조사)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고,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 전 회장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KBS·MBC·SBS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를 비교한 결과, 특히 공영방송사인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와 JTBC <뉴스9>의 보도 논조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세월호 참사과 관련한 ‘정부 책임론’의 핵심인 해경의 부실한 초기대응, 굼뜬 구조작업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에 대해 KBS 4건, MBC 5건, SBS 5건이다. 이 가운데 해경의 부실 대응을 지적한 리포트는 KBS의 경우 2건, MBC 3건, SBS 4건에 불과했다.

KBS는 이마저도 뉴스 후반부에 배치했다. KBS는 24일 <‘세월호-진도’ 교신 녹취 ‘2곳 이상 편집’ 의혹>에서 “공개된 (세월호와 진도 선박관제센터와의 교신내용)녹취 파일에 최소 두 군데 이상 편집한 흔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라고 단독보도했지만 22번째로 배치했다.

JTBC는 총 14건을 보도했다. 이 방송사는 해경 초기 대응에 대해 <급파됐던 소방헬기, 해경 통보에 대기만 하다 돌아갔다>, <긴급 통신망 놔두고…문서 작성에 ‘금쪽 10여분’ 허비>, <사고 신고 받은 제주VTS도 ‘16번 비상채널’ 안 썼다>, <항적기록 복원에 6일…해수부 후속 조치도 의문투성이>, <우왕좌왕 해수부…지도 보며 회의실서 훈련한 게 전부>, <세월호 호출 듣지도 못한 진도VTS…귀중한 ‘4 분’ 허비> 등을 보도했다.

JTBC는 수면 위로 떠오른 ‘언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28일자 6번째 리포트 <첫 시신 발견 “언딘이 한 것으로…” 인양 조작했나>에서 “민간 잠수요원의 실적을 언딘이 가로챘다는 주장”이라면서 “민간 잠수사들은 해경이 나흘 동안 구조작업을 한 상황에서 민간잠수사가 먼저 시신을 인양하면 해경의 구조 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JTBC는 이날 이 리포트를 포함해 3개의 리포트를 통해 언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MBC만 25일 <청해진해운과 계약한 민간구조업체 ‘언딘’ 특혜 있었나?>에서 “이 업체가 구조 당국이 아닌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책임론’을 외면하는 대신 유 전 회장의 의혹보도에 열을 올렸다. KBS는 5일 동안 26건, MBC는 24건, SBS는 13건 보도했다. 해경 초기 대응 보도에 비해 KBS는 13배, MBC는 8배, SBS는 약 3배 이상 많이 보도했다. JTBC는 12건으로 해경초기 대응 보도(14건)보다 적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한동수 홍보국장은 “세월호 사건을 빨리 덮고 싶은데 그렇다고 보도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떨어지고 정부의 초동대처를 다루면 부담이 되니 '유병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겪는 ‘침체’에 대해서도 지상파 방송사는 침묵했다. JTBC는 25일 27번째 리포트 <세월호 사고 이후 대통령 지지율 급락…지방선거 ‘고민’>에서 “박 대통령이 진도를 방문한 직후인 18일엔 지지율이 71%까지 올랐지만, 나흘 뒤인 22일엔 61%, 24일엔 54%로 내려앉았다”라며 “승패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권 지역은 위기감이 더욱 크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상파 3사 보도 가운데 5일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에 대한 보도는 없다.

오히려 KBS는 같은 날 <사고대책본부, 실종자 가족 요구 대부분 수용>, <정부 장례지원단 구성…24시간 가동>, <‘세월호’ 악성 유언비어 여전히 활개…“강력대응”> 등 정부가 대처를 잘 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는 내보냈다. 특히 <사고대책본부, 실종자 가족 요구 대부분 수용>은 MBC 리포트 <“더 이상 못 믿겠다” 실종자 가족 항의…긴장의 팽목항>과도 논조가 완전히 달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남겨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글 역시 JTBC만 24번째 리포트 <정부 대처 비판 목소리…청와대 홈페이지까지 한때 마비>에서 소개했다. 정홍원 총리 사퇴에 대한 논조에서도 지상파 3사와 JTBC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지상파 3사는 모두 톱뉴스로 다뤘지만 JTBC는 19번째 순서에서 전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이번 사고는 선장이나 선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허술한 관리를 허용하게 한 안전관리시스템과 구조가 원인인데 지나치게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그런 준비가 잘 돼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고 언론이 이를 감시해야 하는데 현재 지상파 보도에서는 관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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