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범정부 재난대책본부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오늘이 28일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대책본부에서 여론을 감시·환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실제로 관련 문건에서 방통위는 자체적으로 재난상황반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문건에 따르면 방통위는 방송정책국에 ‘방송사 조정·통제’ 임무를 부여했다. 이것이 이후 ‘방송사 협조 요청’이라고 바뀌었지만 언론을 조정·통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방통위는 독립적으로 운용케 되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조체계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정 통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징후들이 포착돼 주목된다. 방송사들이 사고 이후 점차 국면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정부부처에서 주도해 여론을 환기 시키겠다고 나선 만큼, 그 목적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최소치로 줄이겠다는 의미인데, 방송사들이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국면전환에 나선 모양새다.

이것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제로 방송사들을 ‘조정 통제’했기 때문인지, 언론사 내부의 자체 판단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방통위 개입과는 별개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불만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참사로 애를 태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를 지상파 방송사들이 외면하거나 왜곡하려고 했다는 증언까지 나온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모 공중파 방송사에서 이주영 장관과 실종자 가족들의 18시간 대화를 ‘감금’으로 주제 삼아 리포트 하라고 지시했다가 현장 기자들이 그럼 몰매 맞아 죽는다고 버텼다는 후문”을 전했다.

   
▲ MBC 여의도 사옥과 KBS 신관 전경 (왼쪽부터)
 
미디어오늘 확인취재 결과 최 기자가 언급한 방송사는 MBC다. MBC에서 세월호 보도를 맡아 추진하고 있는 부장급 간부가 지난 24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둘러싸고 거세게 항의한 것을 두고 이를 ‘감금’으로 표현하라고 지시했다가 내부 반발을 샀다.

MBC 안광한 사장이 지난 25일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도 국면전환 의도를 의심케 한다. 아직 실종자가 100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MBC의 재난보도를 평가한 것도 그렇지만,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효순 양 사건을 언급하며 ‘선동’을 운운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MBC는 사고 첫날부터 보험금을 운운하는 기사로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안 사장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2002년 ‘효순·미선양 방송’이 절제를 잃고 선동적으로 증폭되어 국가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데 비해, 이번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해경의 초기대응 부실과 사고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민간업체 언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29일,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선장의 비도덕적 행태와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주인인 유병언씨와 관련한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반면 해경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해경이 세월호 좌초 상황에서 상황파악도 없이 고작 보트 한 척에 헬기 두 대만 출동했다는 것과 관련, MBC는 “(해경이) 세월호와는 전혀 교신을 주고받지 못한 상태였다”며 “선실에 승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현장상황을 모른 채 구조에 투입된 해경 대원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며 책임을 세월호 선원들에게 돌렸다. 안 사장은 이와 같은 MBC 보도에 대해 ‘한국사회의 격을 높이는 보도’라고 치하함으로써 만족감을 표했다.

KBS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선장과 유병언 개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국면전환을 시도하다 내부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사례도 있다. KBS는 지난 27일 세월호 추모방송을 계획하다 내외부의 반발로 이를 축소 방송했다. 원래 계획은 12시간 동안 <특별 생방송, 당신 곁에 우리가 있습니다>를 생방송할 예정이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에 따르면 KBS는 이 방송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금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직접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 본부는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KBS가 성금모금을 진행하려 했던 이유는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이 단체 부회장이 길환영 사장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전국재해구호협회 길환영 부회장에게 묻는다”며 “협회는 이 시점에서 왜 모금 방송에 집착하는가? 혹 여권에 부담되는 세월호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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