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유우성씨(34)가 “이 일을 계기로 간첩 조작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씨는 선고 이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이 병까지 얻는 등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다”면서 “재판부가 동생(유가려)에 대한 조사가 불법구금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준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고 1년 4개월간 무료 변론해준 (민변)변호사들과 신부님, 목사님 등이 없었으면 내가 이런 자리에 있지 못했다”며 “왜곡하지 않고 진실을 알려준 언론인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흥준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유씨를 간첩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보법 위반에 대해서는 1심과 항소심의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로 판단한다”며 유씨의 간첩행위 핵심 증거인 여동생 가려씨가 작성한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유가려가 부당하게 장기간 계속된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구금된 상태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과 위축 속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진술했다”며 “그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했다고 보기 어려워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당사자 유우성(34)씨와 변호인단은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소환 조사를 받기 전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재판부에 따르면 가려씨는 국가정보원에 의해 지난 2012년 11월 5일 이후 줄곧 독방에 수용돼 CCTV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으면서 바깥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나갈 수 있는 방에 감금됐다. 아울러 가려씨는 달력도 못 봐 현실 감각도 없는 상태에서 외부와의 연락 또한 일체 차단됐다.

한편 재판부는 유씨의 여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과 사기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 원을 선고했다. 유씨가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 북한이탈주민으로 가장해 8500여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과 동생까지 북한이탈주민으로 속여 입국시킨 점 등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씨가 입국 후 탈북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각종 단체에서 적극 활동해 왔고 법정에서도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는 등 나름의 애국심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며 “유씨가 신분을 밝힐 경우 힘들게 정착한 대한민국에서 생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과 이 사건의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7개월 남짓 구금 생활을 한 점 등 참작할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며 추가한 공소사실 중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검찰이 이 부분을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심판결보다 불리한 형은 선고할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상 형량은 1심보다 무거워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1년 6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던 유씨는 지난해 2월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으로 체포·구속됐다. 하지만 그해 8월 1심 재판부(이범균 부장판사)는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