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구조 현장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민간 잠수부들을 정부가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이들에게 구조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모욕감까지 줬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61)은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국 다이버 민간단체에서 어린 생명을 구하는 것을 돕기 위해 왔는데 제대로 된 역할도 부여받지 못하고 실제 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몇 명 안 된다”며 “우리가 구조 작업하는 데 오히려 피해만 주는 것 같아 철수 여부를 논의 중이고 일부는 이미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황 회장 등 민간 잠수부들에 따르면 민간 잠수부들이 투입된 초반부터 민·관·군의 협조체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으며, 구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민간 업체의 장비와 다이버단체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회장은 “정부는 처음부터 초동대처를 못했고 많은 구조인력이 효과적으로 투입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민간 잠수부들이 동원됐어도 뚜렷한 구조 성과를 거두지 못해 자칫하면 재능기부를 하러 온 잠수부들의 순수성이 왜곡될까봐 우려도 크다”고 토로했다.

황 회장은 “오늘도 아침 8시 반에 나갔다 오후 4시에 돌아왔지만 한 명도 입수를 못했고 시신 한 구도 못 건졌다”며 “민간 잠수부들은 가이드라인 배정도 받을 수가 없었고, 오늘 UDT 대원 한 명도 수색탐색작업을 마치고 치료를 받는 등 민감한 상황에서 해경은 말을 조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UDI동지회, 특전동지회 등 민간잠수 단체들의 천막에는 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고 마냥 대기중인 잠수부들 몇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UDT동지회 소속의 김아무개 잠수부의 증언에 따르면 민간 잠수부들은 정부와 군이 주도하는 실종자 수색 투입 과정에서 폭언을 듣기도 했다. 그는 해경 관계자로부터 “‘아무 거(사람)나 데리고 왔느냐’는 등의 말을 들었다”며 “우리와 함께 배를 타고 간 사람은 ‘아무거나’가 아니고, 거기 현역들보다 경험도 많고 장비와 실력도 좋은데 바지선을 쓰지 못해 입수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투입돼 더 좋은 성과를 거두면 지금까지 지연했던 자신들의 입장이 난감해지니까 안전성을 핑계로 대는 것 같다”며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서 오늘 밤 돌아갈 예정인데 교통편이 없어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황 회장은 “구조 작업 초반에 침몰이 안 되게 크레인 활용 등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는데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에 대한 자문위원회 등 전혀 조직화하지 못했다”며 “수소문을 해서라도 자문단을 구성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기술적인 잠수 인프라 구축 등도 여전히 미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간 잠수부 활용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에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홍보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민간 잠수부들도 같이 활약을 많이 하고 있지만,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 한계가 있어 아마도 못 들어간 사람들 중에서 그런 불만이 나온 것 같다”며 “민간 잠수부를 포함해 자원봉사자 접수를 받거나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는 있지만 민간 잠수부 자문팀은 따로 구성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잠수부들이 들은 폭언 사례와 관련해선 “해당 내용을 듣지 못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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