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일째(22일)를 맞으며 진도 팽목항 천막 곳곳에 실종자 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담은 글과 실종자에 보내는 편지가 대자보로 게시돼 시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실종자 성빈군의 언니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자보엔 지난 일주일간 실종자 가족이 겪었을 참담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대자보에서 “성빈아, 지금 추운 바다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을지 상상도 안 간다”며 “이 언니는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라고 썼다.

그는 “너를 하루 빨리라도 그 바다 밑에서 구하려고, 높으신 분들께 소리 높여 항의하고, 울기도 하고 별의별 짓을 다했는데…그분들은 계속 말만 바꾸신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건, 미디어만 보고 우리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일부 의식이 덜 깨 있는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왜 그런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어이가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구조를 위해 투입될 인부들이 구조에 온 힘을 쏟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의 다짐에 대해 그는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22일 진도 팽목항 천막에 게시된 실종자 가족의 대자보들. 사진=강성원 기자
 
그는 “우리 작은 아버지, 이모, 삼촌들 그리고 엄마는 그 거짓말에 분노하셔서 청와대로 가려고 했는데 결국 ‘진압’당했어”라며 “마치 성난 폭도를 대하듯 말야”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성빈이를 비롯한 우리 아이들을 통해 ‘보험금 타려고 죽치는 사람들’ 취급도 받았어”라며 “이 사회는 너와 언니가 생각하는 만큼 도덕적이지 않구나”라고 개탄했다.

그는 “언니의 바람은 우리 성빈이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과 이 잘난 정부가 정신 차리고 앞으로 성빈이와 언니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이런 악몽을 다시 겪지 않는 건데, 모르겠다”면서 “무책임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바다에 갇혀있게 해서 미안해, 언니가 더 예뻐해주고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썼다.

그 옆에는 실종자 가족 가운데 청소년이 쓴 것으로 보이는 대자보가 눈에 띄었다. 이 대자보는 한국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대자보에는 “저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재난사고 어쩔 수 없었다’, ‘무능해서 어쩔 수 없었다’, ‘경찰이 직업이라 어쩔 수 없었다’,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지위가 높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어쩔 수 없었다’ 등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다.

대자보에는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라며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만 살아남았다. 나는 이 나라에서 내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가. 억울하고 비통하다”며 통분한 내용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휘고하 막론하고 단계별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선장이 무기징역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며 “1년 비정규직으로 목숨을 걸고 일한다는 말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대자보에는 “몇 백명의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노동일에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그런 사회를, 무책임한 사회를 만든 우리가, 그런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에 대해 묻는 것은 그야말로 책임회피는 아닐는지”라고 되묻는 내용도 있었다.

다른 대자보엔 “세월 따위로 이 많은 사람들을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 내가 이런 참담한 세월을 몇 십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등 정부의 늑장 대처를 비난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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