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엘리베이터의 기능을 하며 유속과 관계없이 20시간까지 연속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알려진 ‘다이빙벨’ 수중 장비 활용을 해양경찰청이 안전상의 이유로 불허했다. 결국 해난구조 전문업체 '알파잠수기술공사'의 다이빙벨 팀은 세월호 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하고 22일 진도 팽목항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해경 측은 지난 21일 민간 해양구난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을 허용했다가 이내 “다이빙벨 사용은 안 된다고 말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민간업체를 활용한 구조 작업에 더욱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1일 오전 이 대표는 팽목항에 정박중이던 알파잠수의 바지선에 직접 찾아온 해경 관계자로부터 다이빙벨을 투입하는 작업을 최종 허가받고 현장으로 이동해 상황에 맞게 구조작업에 동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날 미디어오늘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해경 관계자는 “(다이빙)벨이 들어가도 되느냐”는 이 대표의 물음에 “그렇다. 지금 해경과 협의했으니 현장 상황에 맞게끔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팀은 다이빙벨 등 수중 구조 장비를 싣고 사고 현장으로 접근했지만 해경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현재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인 다른 팀들과 부딪히거나 혼선을 일으킬 수 있고, 이미 설치된 바지선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작업 불허를 통보했다. 해당 장비를 싣고 인천에서 진도까지 도와주러 간 이 대표 팀은 결국 애써 가져온 장비를 물에 담가보지도 못하고 이날 밤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이 대표 팀은 22일 오후 팽목항을 떠났다.

                                                                                      영상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대해 해경은 지난 21일 “이 대표에게 사고현장으로 가도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22일 다시 “바지선을 갖고 오는 것은 곤란하니 다이버들만 오면 좋겠다”고 해명했지만,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해경은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말을 계속 바꿔왔던 셈이다.

해경은 또 다이빙벨 투입 불허 이유에 대해 “현재의 작업 바지선 옆에 이 대표의 바지선를 대는 것은 앵커체인(배와 닻을 연결하는 쇠사슬)이 얽힐 우려가 있다”며 “시야 확보가 매우 제한적이고 격실 구조가 복잡한 선체 내부 수색의 경우 공기공급 호스가 꺾여 공기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과 오랜 수중체류로 잠수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구조물 사이로 체인을 넣기 위한 작업은 선체 밖에서 하는 것이어서 선체 내부로 들어가는 수색 작업에 지장이 없다”며 “공기 호스가 꺾이거나 걸리면 다시 돌아가 풀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고 우리는 팀으로 움직이며 뒤에서 줄을 잡아주고 계속 쌍방향 통신을 하므로 문제가 생겨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21일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가 사고 현장에 다이빙벨을 가져갔다가 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대표는 잠수부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1번 잠수부가 선박 내부로 들어가면 2번 잠수부가 입구 쪽에서 공기 호스를 제어해 주고 벨 안과 바지선 위에서도 영상 장비를 모니터링하며 통신으로 이동방향 수색 방법을 지시한다”며 “벨 안에서도 수중 상황에 맞게 감압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5톤 정도 되는 다이빙벨 장비가 조류에 밀린다는 말도 맞지 않고, 벨 안에는 보조인원까지 4~5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며 “지금 1주일 다 돼 가는데도 생존자를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는지 의문이고, 잘못이 있다면 이를 시인하고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지 체면 차릴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UDT 출신 한 민간 잠수부도 “다이빙벨이 다른 구조팀에 방해된다는 말은 이해가 안 가고 다른 구조 작업에 비해 절대 위험하지도 않다”며 “어차피 장애물이 있는 상황에서 짚어서 가는 건 똑같고, 공기호스도 압축 공기가 호스를 잡아주기 때문에 펜치로 누르지 않는 이상 직각으로 꺾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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