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승객 475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생존자가 “안내방송에서 구명조끼 입으라는 말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성인 남성 생존자인 김성묵씨는 1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배가 크게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1분 정도 후 위험한 순간이니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에 상황이 악화되도 후속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며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방송도 안 나와 아이들끼리 알아서 나눠 가졌다”고 밝혔다.

김씨는 선실 안에 있다가 난간 쪽으로 빠져나와 구조대원들과 함께 배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쪽으로 옮겨 구조하는 것을 돕다가 전복되기 바로 직전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4층 홀에 아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난간 잡을 데도 없고 벌써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 바닥을 붙잡고 올라와야 하는데 미끄러져서 잡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며 “소화전 호스를 이용해 끌어당겼지만 몇 명 못 구했고, 90도가량 너무 기울어지다 보니까 아이들 힘이 부족해서인지 잡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내 눈에 보이는 아이들만 4층 홀에 30~40명 정도였는데 그 아이들 쳐다보고도 구할 수가 없었다”며 “빠져나오지 못했던 아이들이 그곳에 몰려 있었던 것 같고, 큰 방 안에 인원이 더 많이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홀에는 못 들어갔고 기울어진 상태라서 홀로 들어가면 붙잡을 데도, 버틸 데가 없어서 난간 쪽으로 나와서 서 있었는데 조금 이따가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갔다”며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구조헬기가 도착했지만, 나는 선원들을 따라가지 않고 구조대원과 아이들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산 단원고 한상혁 학생도 같은 방송과 전화통화에서 “바깥에서 친구랑 놀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확 기울어져서 바닥까지 미끄러졌다가 30분쯤 후 바다로 뛰어내려 구조됐다”며 “기울자마자 학생들끼리 구명조끼를 전달해 입었고 여객선 직원이 물 밖으로 나가라고 해서 뛰어내리자 구조보트가 우리를 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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