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취임 이후 트위터 등을 이용해 정치·선거글을 작성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이 특정 언론사 간부에게 칼럼을 청탁하고 특정 연예인의 국가보안법 처벌을 촉구하는 글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장아무개 전 심리전단 안보5팀 3파트장이 사용한 4개의 이메일 내용을 제시하며 장씨가 국정원 트위터팀이 확대 개편된 2012년 2월 훨씬 이전부터 민간인 외부조력자들과 트위터를 활용해 정치개입 여론공작 활동을 펴왔음을 입증했다.

검찰은 특히 장씨가 국정원 심리전단 배치 후 2009년 4월 20일 사용한 메일을 제시하며 “장씨가 보수성향의 인터넷언론으로 알려진 브레이크뉴스 간부에게 ‘또 부탁드린다’며 개성공단 남북 당국자 접촉 건과 관련해 북한을 비판하는 칼럼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후 4월 23일자 브레이크뉴스에는 <“北은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석방하라”>는 제목의 문일석 발행인의 칼럼이 실렸다. 문 발행인은 해당 칼럼에서 “남북이 오랜만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처음으로 개성공단에서 만났다. 이 접촉의 진행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며 “북한은 사전에 날짜, 장소, 참석인원 등의 조율 절차도 생략하고 일방적 통보식의 접촉을 유도, 생뚱맞은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장씨는 이 칼럼을 갈무리한 후 그림파일로 저장해 본인의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또 지난 2009년 4월 가수 신해철씨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경축’이라고 비꼬는 글을 올려 보수단체로부터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자 신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갈무리해 자신의 메일로 보냈다. 검찰이 이 글의 수집 이유에 대해 ‘전파 목적이었냐’고 묻자 장씨는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을 피했다.

아울러 이날 공판에서 장씨는 외부조력자 송아무개씨와 2009년부터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다수의 언론사 간부들과 보수단체 인사, 인터넷 카페 운영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도록 요청하고, 트위터 활동에 필요한 이메일 계정과 아이디, 비밀번호 등을 넘겨준 사실도 시인했다.

장씨는 송씨에게 2009년 1월과 9월 선물을 전달할 수십 명의 명단을 자택주소와 전화번호 등과 함께 보내며 선물을 대신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메일에 ‘형님 죄송합니다. 이번엔 예산이 줄어서 별 도움 안 되네요’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2010년 7월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회의를 통해 강조한 ‘젊은 층 우군화’와 보수단체 육성 방침에 따라 관리한 보수단체 인사들과 청년단체 관리자가 아니냐”고 묻자, 장씨는 “선물을 보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심리전단 직원도 있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순수하게 명절 선물이었다”며 “예산은 국정원 예산이 아닌 개인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장씨는 송씨에게 추적을 피하기 쉬운 해외 이메일을 이용해 복수의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방법과 단시간에 팔로워 숫자를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수의 트위터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넘겨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트위터를 잘 모르는 선배가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준 수준이었다”며 “봉사 동호회를 같이 해보자고 해서 도와준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자 검찰은 “계정별 담당자를 보면 송씨의 군대 친구와 아들, 조카, 사회 후배 등도 있는데 이를 봉사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메일 본문을 보면 ‘팔로워 늘리는 것은 신경 쓰지 말고 하루 최소 30건의 트위터 글을 올리되 신변잡기 등 글도 함께 특정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해서 작성해 달라’는 내용과 ‘추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내용도 있어 송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몰아붙였다.

장씨는 검찰의 이 같은 추궁에 대해 “송씨가 봉사 모임을 다양하게 해서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트위터 활동을 연구하면서 나에게 보내야 할 이메일을 송씨에게 잘못 보낸 것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2011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트위터 활용 방안에 관련한 업무 기밀 사항을 송씨에게 3번이나 ‘실수’로 보냈다.

한편 이날 장씨는 증인 신문 내내 검찰의 심리전단 배치 후 안보5팀 신설 이전까지 트위터 등을 이용한 사이버 활동에 대한 질의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국정원장의 진술 허가가 없어서 과거 직무 관련 내용은 알아도 말 못 한다”고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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