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4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인권유린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를 언론에 일부 공개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이번 합신센터 제한적 공개가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었음을 또다시 조작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합신센터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많은 것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자 센터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여동생인 가려(27)씨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6개월 동안 조사를 받았던 곳과 같은 구조의 조사실과 탈북자들이 머무르는 생활실도 공개했다.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특히 국정원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생활실 내 CCTV 설치와 녹화에 대한 질문에 “생활실에도 모두 CCTV가 설치됐다”고 답했다가, “장기간 조사를 받는 탈북자들이 머무르는 극히 소수의 생활실에만 설치됐다”고 답변을 바꾸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또한 유가려씨가 6개월간 달력도 없이 감금 생활을 했다는 진술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탈북자들이 생활실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생활실 안에 달력도 그때부터 비치했다”고 밝혀 조사를 받는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그동안 심각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 뉴스타파N 17회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선 무슨 일이?>편 갈무리
 
지난달 31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2013 인권보고서’를 보면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의 2010년 설문조사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2012년 실태조사에서 50% 정도의 탈북자들이 조사 기간과 이유, 독방 구금에 대한 설명이나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한변협은 이 보고서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했음을 이유로 한 북한이탈주민의 국가배상청구사건의 2000년 판결문에 의하면 8명의 원고들은 허위 혹은 불분명한 진술과 진술 지연, 항의, 가족 탈북 등의 이유로 주먹과 구둣발, 곤봉 등으로 전신 구타를 당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며 “2012년 실태조사에서 국정원 직원이 무시하거나 반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23.3%, 폭언이나 욕설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16.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탈북 여성에게 국정원 남성담당관들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 여성의 80%가 남성조사관으로부터 성 경험 여부를 조사받았으며,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 면접조사에 의하면 합동신문과정에서 조사관들은 인신매매와 성폭행 등의 경험 없이 중국 생활을 했다는 탈북 여성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제일 먼저 배꼽 맞춰 본 사람이 누군데요?”와 같이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노골적으로 질문하며 인권을 침해한 사례도 보고됐다.

한편 국정원의 합신센터 공개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변호인단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검찰수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 범죄 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합신센터 내에서의 가혹행위로 사건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의 의도에 따라 미리 준비해 진술할 수밖에 없는 수용 탈북자의 인터뷰와 제한적 공개로 마치 합신센터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없는 양 호도하기 위한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을 이어 “합신센터에 수용된 탈북자들에 대한 수사관들의 폭언이나 모욕적인 언사, 독방 구금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를 비롯한 많은 인권단체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며 “외부와 격리되고 변호인의 조력도 받지 못한 상태로 강압적인 조사를 받으면서 수용자들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유가려씨 역시 수사관들이 회유와 협박으로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진술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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