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피플, 포천 등을 발행하는 타임사(직원 7800여명)는 직원 5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Slate)의 데이브 바이겔 기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복스 미디어(Vox Media)에 지원할 500명이 추가됐다’는 트윗을 날렸다. 복스 미디어는 더 버지(The Verge)와 에스비네이션(SBnation) 등 최근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온라인 언론사들을 거느린 미디어 그룹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종이신문의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즉 종이신문의 사양화가 가장 빠르다. 이런 변화는 기성 언론사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온라인 언론사행을 택하는 언론인들의 행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 연구·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지난 26일(미국 시간) 이런 통계가 담긴 ‘2014 뉴미디어 현황’을 발표했다. 이 자료를 위해 퓨 리처시 센터가 미국 내 468개 신규 온라인 언론사를 조사한 결과 약 5000개의 편집(국) 일자리가 신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신문사 뉴스룸의 인력 감소 추이. 자료=퓨 리서치 센터
 
온라인 언론사로 들어간 이들의 대부분은 기성 언론사에서 나왔다. 미국 신문편집인협회(ASNE)에 따르면 10년 전 5만4000여명의 뉴스룸 종사자는 2012년 3만8000여명으로 줄었다. 신문산업의 사양화에 따른 것이다. 광고전문지 ‘애드 에이지(Ad Age)’는 같은 기간 잡지 업계에서 3만8000명의 감원됐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실력 없는 언론인들이 온라인 언론사로 간 것은 아니다. 신규 온라인 언론사들은 저널리즘 역량 강화를 위해 유명 언론인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가 만든 ‘퍼스트 룩 미디어(First Look Media)’는 ‘스노든 NSA 폭로’ 특종을 한 글렌 그린월드 전 가디언 기자를 영입했다. 세계 1위 트래픽을 자랑하는 버즈피드는 탐사보도팀을 운영하기 위해 퓰리처상을 받은 마크 스쿠프 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WSJ)를 데려갔다.

   
▲ ‘스노든 NSA 폭로’ 특종을 한 글렌 그린월드 전 가디언 기자는 ‘퍼스트 룩 미디어(First Look Media)’가 만든 매체 '인터셉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버즈피드 등 온라인 언론의 성격도 변화시키고 있다. 여전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 등의 리스트형 기사로 독자를 끌고 있지만, 탐사보도 등 전통 저널리즘의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최근 두 차례나 퓰리처상을 받은 폴 스타이거 프로퍼블리카 회장(전 편집장)은 버즈피드에 대해 “나도 합류하고 싶은 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 언론사들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뉴스룸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2년 전 6명이었던 버즈피드 뉴스룸 인원은 현재 170여명으로 늘어났다. 스포츠 매체인 ‘블리처리포트(Bleacher Report)’는 3년 전 유급 기자가 한 명도 없었으나 현재는 50명이나 된다. 전 세계에 지사를 둔 바이스 미디어는 올해 미국에서만 무려 48명의 직원을 더 뽑았다.

   
▲ 복스 미디어는 더 버지, 에스비 네이션 등을 발행한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바이스의 직원(비편집 인력 포함)은 모두 1100명이다. 편집 인력만 추려도 미국 온라인 언론사들의 규모는 엄청나다. 허핑턴포스트 575명, 폴리티코(Politico) 186명, 버즈피드 170명, 블리처리포트 140명, 고커(Gawker) 132명 순서다. 또한 폴리티코(정치), 블리처리포트(스포츠) 등은 특정분야만 다루는 전문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취재인력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매체의 미래가 무조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퓨 리처시 센터에 따르면 저널리즘 분야에선 비영리를 추구하는 퍼스트 룩 미디어의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오미디야는 앞으로 5년 정도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최근 글로벌 포스트는 미국 방송사 NBC와 ‘콘텐츠 파트너’ 제휴를 맺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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