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철도노조 파업에 참가했던 한 조합원이 지난 3월 전출된 후 불과 한 달 만에 또 강제전보 대상이 되면서, 중압감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의 노조탄압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코레일 부산경남사업본부 마산신호제어사업소 전기원인 조아무개(50) 조합원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조씨는 코레일이 지난 3월 철도 현장 사업소의 3천여 명을 ‘순환전보’ 하겠다고 밝힌 강제전출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KTX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조씨는 지난 3월 4일 마산에서 진주로 전출됐다가 4월 또 다시 진주에서 삼랑진으로 강제 전출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다”며 “노조 지부에서 조씨가 전보 조치 한 달밖에 안 돼 힘들어하니 1차 전보에서 빼달라고 요구해 강제전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또다시 7월 2차 전보대상자로 될 것이라는 말이 돌자 중압감에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번 철도에서 강행되고 있는 대규모 강제전출은 단지 비연고지 전출이 가지고 오는 개인적인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고립감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고용불안과 직접 연결돼 있다”며 “사측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물류와 정비, 시설을 맡는 별도 회사를 설립한 뒤 각각 3천 명, 2천 명, 6천 명을 전직시키고, 파견을 거부할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할 계획도 세웠다”고 밝혔다.

   
KTX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철도공사의 강제전출 즉각 중단과 최연혜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이처럼 집단적이고 일률적인 정기인사는 처음 있는 일이고 사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임의의 원칙과 기준으로 대규모 정기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취업규칙 변경 위반”이라며 “노사간 인사위원회와 관련해 합의할 수 있는 어떤 조항도 없어 노조 간부 단 한 명도 인사위에 들어갈 수 없는데, 노조가 막아서 인사 조치를 못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측은 인력 불균형을 얘기하며 강행하는 강제전출로 백 여 명에 달하는 불특정 다수 직원은 본인이 전보 대상인지조차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며 “우리가 인사위에 들어가겠다는 게 아니라 제2, 제3의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최소 백 명 규모 이상의 불특정 다수 직원의 전보 절차를 노조와 협의할 것을 요구하며, 이마저도 협의가 안 돼 노동자가 죽어가는 현실이라면 열차를 멈추더라도 합당한 조치가 나올 때까지 총파업에 돌입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제전출은 명백히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며 단체협약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정권의 낙하산으로 임명돼 국회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에 출석해서도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과 소신도 보여주지 못해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코레일 측은 ‘강제전출로 인한 자살’이라는 철도노조의 주장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고인이 소속된 전기분야의 경우 7월 순환전보 계획 자체가 없다”며 “철도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철도공사의 ‘순환전보 및 정기 인사교류’ 시행을 왜곡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환 위원장은 “‘전기분야는 전보대상 아니다’는 사측의 주장은 역·시설·전기를 강제전보한다고 기존 자료에도 기준이 나와 있어 거짓말에 불과하다”며 “조씨에게 다음 7월에 있을 2차 전보 대상자라고 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번에 하고 있는 것이 전기직종의 순환전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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