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사진 출처를 조선일보라고 밝히며 첫 리포트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앵커멘트로 “청와대와 서해5도 곳곳이 찍혔는데 해상도는 구글 위성지도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 리포트에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의 본관이 선명하게 보이고 경복궁도 한눈에 전체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SBS 역시 8뉴스에서 첫 리포트로 관련사진을 보도하며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서울·경기 일대 사진을 200장 가까이 촬영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며 “비행이 철저히 금지된 서울 한복판 상공에 들어가서 청와대 경내까지 속속들이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SBS는 이어 기자리포트를 통해 “경복궁은 물론 이웃한 청와대의 모습까지 찍혔다”며 “촬영일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이던 지난달 24일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서울 은평구 뉴타운 지역과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의 아파트 단지를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며 “학교와 운동장, 서울로 향하는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보도했다.
▲ MBC 뉴스데스크 4월 4일자. 화면 갈무리. | ||
하나는 순서다.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방송사들이 따라갔다. MBC는 아예 조선일보 사진이 출처임을 명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조선일보가 이슈를 만들면 청와대가 받아 안고, 방송사는 확산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정확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번 건은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충돌하는 듯 보이나 방송사가 조선일보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된 것은 변함이 없다.
김연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선일보의 사진을 가져다가 방송사가 쓰는 건 웃기는 상황”이라며 “조선이 하면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는데 대체로 조선일보가 제기한 프레임을 방송사가 따라가고 모든 비판의 지점도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MBC의 경우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왜 이 사진을 언론사들이 톱기사로 내보냈느냐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사진은 누구나 인터넷으로도 검색할 수 있다. 북한에 의해 방공망이 뚫렸다는 사실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 사진을 언론이 톱기사로 보도하고 청와대가 마치 중요 기밀인 것처럼 그걸 막아서는 모양새는 특이하다.
조선일보 최재혁 기자는 4일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 신문에 쓰지 말라는 청> 제하 기자수첩을 통해 전날 청와대의 ‘경고’를 반박했다. 최 기자는 “인터넷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정보를 신문에는 쓰지 말라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최 기자가 인정했듯이 해당 사진은 중요한 것이 아닌데, 언론사가 이를 톱 기사로 보도한 격이다.
▲ 조선일보 4월 4일자. 4면. | ||
해당 무인정찰기는 국방부가 밝혔듯 초보적 기술 수준이다. 그럼에도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뭘까.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안보 이슈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언론은 북한의 현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으며 어떻게 방비책을 세워야 하는지에 집중하기 보다 북한이 ‘기술만 발전하면’ 1kg의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선정적 보도를 이어간다. 정권과 언론이 ‘북풍’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언경 처장은 “안보 이슈가 선거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제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며 “조그만 비행기를 놓고 너무 크게 이슈화 시키고 우리나라에 굉장히 큰 안보위기가 닥친 것처럼 과대 연출해 보도하는 상황은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의 태도도 문제지만 보수언론이 하면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방송들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