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달 중순 봄 개편에 따라 1라디오 아침 방송인 ‘김방희의 성공예감’을 폐지키로 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본부)는 KBS가 시사성을 장점으로 하고 있는 1라디오에서 시사성을 탈색하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는데, 당시 KBS 측은 “로컬편성 문제와 진행자의 하차 의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방희 씨가 4일 봄 개편 전 마지막 방송에서 “자진하차 의사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방희 씨는 KBS가 경제의 흐름을 짚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생활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으로 바꾸려 했다고 주장했다. “KBS가 1라디오에 시사성을 탈색하려 한다”는 KBS 본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김 씨는 이날 방송 오프닝 발언을 통해 “어느 매체에 라디오 수뇌부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그만두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방송국 측으로 부터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는 봄 개편과 함께 방송 시간을 줄이고 프로그램 성격을 바꾸자는 결정을 전해 들었다”며 “하지만 진행자인 저나 담당 PD와는 사전에 일언반구 협의조차 없던 결정이어서 제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김방희 씨는 “제가 반대한 데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은 이미 한 차례 방송 시간 축소를 경험했고 프로그램 진행자 경질 시도도 한 차례 이상 있었다”며 “더욱이 프로그램 성격과 관련해 경제의 흐름을 다루는 부분은 가능한 없애고, 생활 정보를 주로 다루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KBS 1라디오에서 방송하는 '김방희의 성공예감'. 사진=KBS 1라디오 홈페이지
 
김 씨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험했듯, 경제의 흐름이야말로 보통 사람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자칫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내다, 경제에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과거에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 씨는 “바다가 거칠어지면 어부에게 날씨와 파고를 알려야지, 그물 수선하는 법만 다루는 것이 좋은 방송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씨는 “프로그램 축소와 성격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제 반응에 대해, 라디오 수뇌부와 방송국은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맞섰다”며 “내가 어떤 면에서건 단단히 밉보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씨는 “하지만 개편 권한은 전적으로 방송사측에 있기에 저는 폐지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방희 씨는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정작 그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지 않고 아껴두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지난 8년이었다”며 KBS 측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앞선 3월 14일 KBS 김병진 1라디오 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성공예감 폐지 논란에 대해 “8시30분에는 수도권만 방송이 나가다가 9시부터 전국으로 방송이 나간다”며 “지방에 계신 분들을 위해 9시에 방송이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하니까 어색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편성을 바꿔 9시대 전국으로 동일하게 방송하면 안되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부장은 성공예감 폐지 이유를 두고 진행자 측이 편성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던 것에 대해 “이 프로그램을 없애려 한 것이 아니라 진행자와도 몇 차례 얘기하고 설득했는데 진행자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그 전에 편성을 바꾼 바 있어 진행자의 불만이 있었지만 본인이 8년을 진행했고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진로를 위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1라디오 성공예감 방송 시간을 현행 1시간 30분에서 30분으로 축소하고 KBS 김원장 기자에게 진행을 맡겼다. KBS 측은 “국내외 경제 흐름 속 투자자들이 주목할 정책이나 현상의 이면을 풀어주는 ‘증시 엎어치기’ 경제침체 속에 수요가 몰린 식당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진단하고 조언하는 ‘흥하는 식당, 망하는 식당’,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조직생활의 지혜와 전략을 전해주는 ‘직장인 성공학’등 알찬 경제뉴스와 정보들로 짜여졌다”고 밝혔다. 경제분야 전반을 다루는 기존의 성공예감에서 생활정보 등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최건일 KBS 새노조 편집국장은 “프로그램 성격을 바꾸고 방송 시간대를 바꾸라는 요구는 김방희 씨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며 “그런 식으로 할 수 없다 하니 KBS는 그럼 본인이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 몰고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진행자도 이해하지 못하는 봄 개편이 KBS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다시듣기 1위,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의 MC를 KBS의 다른 라디오의 성향과 겹치게 하는게 경쟁력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