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개회와 함께 국회에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최경환 원내대표에 이어 2일에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연설을 했다. 그런데 2일 안 대표의 연설도중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너나 잘해”라며 고함을 쳤다.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끈함’은 안 대표가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박근혜 대통령)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비판한 뒤에 나왔다. 이에 대해 언론은 대체로 최 원내대표의 말을 ‘막말’이라고 규정하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지 않은 언론이 있다. 바로 KBS다. KBS는 2일 뉴스9에서 안철수 의원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소식을 전했지만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KBS는 이날 13번째 리포트로 이 소식을 전했다.

   
▲ 2014년 4월 2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SBS는 최 원내대표의 발언 사실은 보도했다. 그러나 ‘여야 논란’ 수준으로 처리했다. SBS는 2일 뉴스8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기초공천 폐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한 데 대해 안 대표는 대선공약폐기를 여당 원내대표가 대신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며 “그러자 의원석에 앉아 있던 최 원내대표가 그 자리에서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너나 잘해’가 반박이 된 것이다.

MBC도 이 사실을 보도하긴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방식 논란 리포트 사이에 해당 사실을 끼워 넣었다. 서로 다른 2개의 주제가 혼재된 것이다. MBC는 거의 마지막 보도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역단체장 후보경선 방식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연일 상대 당의 연설 도중에 야유를 보내고 양측이 서로를 비판하며 맞섰다”고 전했다. 더욱이 MBC는 앵커 멘트 중 자막으로 ‘야 경선룰 갈등 예의실종 국회’라고 내보냈다. 야당의 경선룰 갈등 때문에 국회 예의가 실종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 2014년 4월 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방송사가 ‘막말’에 대해 관대한 것일까? 지난해 7월 11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논란과 관련, KBS는 지난해 7월 11일 뉴스9에서 <대통령 겨냥 ‘막말’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리포트를 내보냈다. 12일에는 <품격 잃은 ‘막말 정치’>라며 데스크분석 꼭지를 통해 홍 전 대변일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자극적인 언어가 좀 더 선명해 보이고, 당장엔 속 시원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진정성을 담은 정제된 언어만이 상대를 설득할 수 있고, 더 호소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 2013년 7월 11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MBC 역시 12일 막말 논란으로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한 홍익표 의원의 소식을 뉴스데스크 톱기사로 보도했다. 이어 귀태라는 단어의 의미를 짚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이번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언은 보도하지 않거나 공방으로 처리했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오히려 최 원내대표의 발언이 품격을 잃었다며 비판을 가한 것은 보수신문이다. 정우상 조선일보 기자는 3일 <야 대표 무시한 청와대와 여당> 제하의 기자수첩에서 “전날 여당을 대표해 연설한 최 원내대표가 다음 날 야당 대표 연설에 야유를 한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며 “최 원내대표는 자중하는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3일 <안 “공천관련 대신 사과 최 월권” 여 “너나 잘해…국회서 철수” 막말> 기사를 통해 최경환 원내대표 발언 소식을 전하며 “‘막말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현상윤 전 KBS PD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조중동은 회초리 언론이고 방송은 하수인 언론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막말성 발언을 전하는, 혹은 전하지 않는 방송사들의 태도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