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원내대표의 ‘발끈함’은 안 대표가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박근혜 대통령)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비판한 뒤에 나왔다. 이에 대해 언론은 대체로 최 원내대표의 말을 ‘막말’이라고 규정하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지 않은 언론이 있다. 바로 KBS다. KBS는 2일 뉴스9에서 안철수 의원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소식을 전했지만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KBS는 이날 13번째 리포트로 이 소식을 전했다.
▲ 2014년 4월 2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 ||
MBC도 이 사실을 보도하긴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방식 논란 리포트 사이에 해당 사실을 끼워 넣었다. 서로 다른 2개의 주제가 혼재된 것이다. MBC는 거의 마지막 보도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역단체장 후보경선 방식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연일 상대 당의 연설 도중에 야유를 보내고 양측이 서로를 비판하며 맞섰다”고 전했다. 더욱이 MBC는 앵커 멘트 중 자막으로 ‘야 경선룰 갈등 예의실종 국회’라고 내보냈다. 야당의 경선룰 갈등 때문에 국회 예의가 실종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 2014년 4월 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
당시 논란과 관련, KBS는 지난해 7월 11일 뉴스9에서 <대통령 겨냥 ‘막말’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리포트를 내보냈다. 12일에는 <품격 잃은 ‘막말 정치’>라며 데스크분석 꼭지를 통해 홍 전 대변일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KBS는 이 리포트에서 “자극적인 언어가 좀 더 선명해 보이고, 당장엔 속 시원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진정성을 담은 정제된 언어만이 상대를 설득할 수 있고, 더 호소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 2013년 7월 11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 ||
오히려 최 원내대표의 발언이 품격을 잃었다며 비판을 가한 것은 보수신문이다. 정우상 조선일보 기자는 3일 <야 대표 무시한 청와대와 여당> 제하의 기자수첩에서 “전날 여당을 대표해 연설한 최 원내대표가 다음 날 야당 대표 연설에 야유를 한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며 “최 원내대표는 자중하는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3일 <안 “공천관련 대신 사과 최 월권” 여 “너나 잘해…국회서 철수” 막말> 기사를 통해 최경환 원내대표 발언 소식을 전하며 “‘막말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현상윤 전 KBS PD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조중동은 회초리 언론이고 방송은 하수인 언론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막말성 발언을 전하는, 혹은 전하지 않는 방송사들의 태도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