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를 둘러싼 언론의 보도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단독기사라며 보도하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 국방부가 이를 부인하면 이를 또 그대로 보도한다. 한국의 대공경계망이 뚫린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독자들은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중앙일보는 3일 1면 톱기사 <북한 무인기, 송신장치 있었다>에서 “무인항공기에서 영상 송신장치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합동조사팀 관계자의 발언을 바탕으로 나온 보도다. 중앙일보는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로 대통령 숙소 등 청와대 관저를 근접 촬영한 사진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4월 3일자. 1면. | ||
중앙일보 역시 해당 기사에서 “송신장치는 없었다”는 국방부 공식입장을 보도했다. 영상이 송수신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사진 정보가 북으로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북한 소행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지만 정부는 아직 북한의 것이라 단정하지 않았다.
문화일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문화일보는 2일자 1면 기사 <‘추락 무인기’ 무기 탑재 자폭 가능>에서 “무인기는 초보적 기술 수준이지만 폭약 장착이 가능하며 자폭형 무인공격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하다.
▲ 문화일보 4월 2일자. 1면. | ||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은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테러를 하기에는 힘들다”고 밝혔다. 국방부에서 부인하는 것을 문화일보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보도한 셈이다.
▲ 동아일보 4월 3일자. 2면. | ||
조선일보는 아예 북한 무인정찰기가 찍었다는 청와대 상공 사진을 3일자 1면에서 보도했다. 청와대 상공 사진은 국가안보 문제로 찍을 수 없다. 조선일보가 청와대 상공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보안목표시설관리지침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조선일보를 향해 온라인 기사에서 사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 조선일보 4월 3일자. 1면. 조선일보는 이날 '북한 무인정찰기가 찍은 사진'이라며 상공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사진을 보도했다. |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나왔으니 언론이 먹잇감으로 키우려는 것 같다”며 “생화학 무기, 폭탄장착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사일 탄두에 (폭탄이) 500kg에서 1t이 탑재되는데 무인기가 탑재할 수 있는 무기는 1kg 정도”라며 “생화학 물질을 장착했다고 어떤 피해가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런 식의 언론보도는 국민들에게 대단한 불안심리를 유발한다”며 “선정적 보도는 언론이 스스로 강조하는 안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라면 물론 북한의 도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북한의 약한면을 드러낸 것 아닌가”라며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해상도는 구글어스보다 떨어진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군이나 정보기관이 이런 내용을 흘리는 것은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여겨진다”며 “국정원 문제나 군 사이버 사령부 대선개입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역시 제일 만만한 것이 북풍을 일으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