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지난달 25일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북한이 제작한 정찰기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정찰할 목적으로 만든 비행기라면, 해당 무인항공기에 청와대 상공이 찍혀 있었다는 점에서 대공경계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언론의 보도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단독기사라며 보도하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한다. 국방부가 이를 부인하면 이를 또 그대로 보도한다. 한국의 대공경계망이 뚫린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독자들은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중앙일보는 3일 1면 톱기사 <북한 무인기, 송신장치 있었다>에서 “무인항공기에서 영상 송신장치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합동조사팀 관계자의 발언을 바탕으로 나온 보도다. 중앙일보는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로 대통령 숙소 등 청와대 관저를 근접 촬영한 사진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4월 3일자. 1면.
 
그러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무인기가 비행경로 동안 찍은 영상이 북한으로 송신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송수신기는 영상을 보내는 게 아니라 조종하거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결정적인 것은 송수신기와 카메라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어 사진을 찍더라도 영상을 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역시 해당 기사에서 “송신장치는 없었다”는 국방부 공식입장을 보도했다. 영상이 송수신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사진 정보가 북으로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북한 소행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지만 정부는 아직 북한의 것이라 단정하지 않았다.

문화일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문화일보는 2일자 1면 기사 <‘추락 무인기’ 무기 탑재 자폭 가능>에서 “무인기는 초보적 기술 수준이지만 폭약 장착이 가능하며 자폭형 무인공격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하다.

   
▲ 문화일보 4월 2일자. 1면.
 
문화일보는 5면 에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의 말을 인용해 “530g 무게의 캐논 EOS 550D와 270g 무게의 24mm 렌즈를 부착했다”며 “이 무게를 고려할 때 800g의 고성능 폭약 탑재가 가능해 기능을 개선할 경우 주요 인사 차량 폭탄테러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폭약을 탑재해 북한이 원하는대로 무선조종을 통해 폭탄테러를 가할 수 있는지 확인도 안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할 수 있는 보도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은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초보적인 수준이어서 테러를 하기에는 힘들다”고 밝혔다. 국방부에서 부인하는 것을 문화일보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보도한 셈이다.

   
▲ 동아일보 4월 3일자. 2면.
 
이는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3일자 1면 <북 무인기 청와대 테러해도 못 막을판> 기사와 2면 <북 무인기, 1kg 폭탄 탑재 가능…‘생화학’ 결합할 수도> 기사에서 다양한 추측을 보도에 인용했다. 그만큼 국내 대공경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확인될 수 없는 사실을 인용해 불안을 조장하려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아예 북한 무인정찰기가 찍었다는 청와대 상공 사진을 3일자 1면에서 보도했다. 청와대 상공 사진은 국가안보 문제로 찍을 수 없다. 조선일보가 청와대 상공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가보안목표시설관리지침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조선일보를 향해 온라인 기사에서 사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 조선일보 4월 3일자. 1면. 조선일보는 이날 '북한 무인정찰기가 찍은 사진'이라며 상공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사진을 보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선일보가 3일 온라인 기사 <국방부 “무인기서 北추정 지문발견…국제기구에 항의할 것”>에서 자사의 사진보도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파주 무인기가 찍은 청와대 상공 사진이 유출되는 등 조사결과가 중간에 새 나가는 것에 대해 국방부는 조사 책임을 물어 연구소장을 문책할 것임도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신들이 단독입수한 사진의 출처를 스스로 밝힌 셈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나왔으니 언론이 먹잇감으로 키우려는 것 같다”며 “생화학 무기, 폭탄장착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사일 탄두에 (폭탄이) 500kg에서 1t이 탑재되는데 무인기가 탑재할 수 있는 무기는 1kg 정도”라며 “생화학 물질을 장착했다고 어떤 피해가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런 식의 언론보도는 국민들에게 대단한 불안심리를 유발한다”며 “선정적 보도는 언론이 스스로 강조하는 안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이라면 물론 북한의 도발로 해석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북한의 약한면을 드러낸 것 아닌가”라며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해상도는 구글어스보다 떨어진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군이나 정보기관이 이런 내용을 흘리는 것은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여겨진다”며 “국정원 문제나 군 사이버 사령부 대선개입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역시 제일 만만한 것이 북풍을 일으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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