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1TV에서 방영중인 <6시 내고향> 메인 MC인 가애란 아나운서를 제작진과 상의 없이 일방 교체해 KBS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메인MC 교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KBS는 지난 1월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측이 향후 MC 선정 시 제작진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여 만에 약속이 깨진 셈이다.

<6시 내고향> 제작진은 2일 '우리는 머슴이 아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지난달 31일 저녁, 느닷없이 <6시 내고향>의 한 MC에 대한 교체가 해당 MC에게 통보됐다”며 “다른 프로그램 MC와 바꾼다는 것으로 결국 두 아나운서가 다음 날 급히 서로의 일정을 바꾸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MC 교체에 대한 모든 것은 팀장과 부장 외에는 아무도 모른 채 결정이 됐다”며 “다음 날 부장에게 항의 했지만 봄 개편으로 팀원 대부분이 바뀌게 돼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을 들었고 국장은 한 번 내린 결정은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어 “MC 선정은 프로그램 제작의 중요한 한 과정으로, 일선 제작진의 중요한 책무”라며 “왜 이런 중요한 일을 간부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하달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MC 교체와 같은 기본적인 단계부터 일선 제작진들의 의견이 배제된다면 과연 누가 신명나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영혼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머슴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 3일 KBS 신관 로비에서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피케팅 시위. 사진=정상근 기자
 
앞서 KBS는 오는 6월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을 전현무 전 KBS 아나운서에 맡기려다가 아나운서협회 등 KBS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본부)는 2일 이에 항의해 피케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KBS는 2일 KBS의 간판 스포츠 캐스터인 서기철 아나운서를 인재개발원으로 보내는 등 6명의 아나운서에 대한 인사발령을 내렸다.

KBS 본부 측은 사측의 일련의 행동을 ‘노조 길들이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권오훈 KBS 본부장은 3일 진행된 피케팅 시위에서 “올해 새노조에 12명의 아나운서가 가입하는 등 아나운서실에는 총 32명의 조합원이 있다”며 “이들의 새노조 가입 이후 MC 선정과 관련해 사측의 도발이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본부 측 관계자는 “아나운서 직책의 특성상 기자나 PD 직군보다 결속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사측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노조 길들이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길환영의 공포통치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MBC가 인사발령으로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 KBS에서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KBS본부는 이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도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권오훈 본부장은 “<6시 내고향> 문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김석희 교양문화국장과 아나운서실장, 나아가 길환영 사장까지 도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MC 선정이 바로잡힐 때까지 (대응) 수위를 높일 생각”이라며 “횡포가 계속되면 길 사장의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 '6시 내고향' 메인MC로 활약중인 가애란 아나운서(오른쪽). 사진=6시 내고향 홈페이지
 
KBS는 새노조 측의 주장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KBS 홍보실 측은 “상위직급 인력운용 효율화 측면에서 이루어진 인사”라며 “순환전보를 통해 적절한 직무를 찾아 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이어 “인사발령이 난 아나운서들의 경우 전현무 아나운서 선임과정에 반발한 것도 아니고 2일 피케팅 시위현장에도 안나왔다”며 “보복인사를 받을 개연성은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6시 내고향> 메인MC 교체에 대해서도 “기존 <6시 내고향> PD가 다른 프로그램 제작을 원해 떠나는 분들과 상의하기 어려워 CP와 팀장이 논의했다”며 “팀장도 제작진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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