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방송공정성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방송공정성 법안 개정 4월 국회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야는 1년이 넘도록 단 하나의 방송공정성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엄중히 느끼고 4월 국회에서 의원직을 걸고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국회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한 방송공정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민, 이하 공정성특위)를 설치했다. 공정성특위는 지난해 3월부터 6개월 간 활동하고 9월 종료를 앞두고 두 달 간 활동을 연장했으나 사실상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했다. 야당이 제안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다수제(KBS·EBS 사장 선임 시 이사회의 3분의 2가 동의해야만 선임되는 제도)는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쳐 보고서에 채택되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28일 공정성특위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는 △KBS·EBS 이사 및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 결격사유 강화 △KBS 사장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보도·제작·편성의 자율권 보장을 위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KBS·MBC·EBS 이사회와 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속기록 작성 의무의 법률 규정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해직언론인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나마 합의한 내용도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는 지난 2월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종합편성채널 4사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누리당은 ‘민영방송에 편성위원회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말을 바꿨다. 종편4사들이 지면에서 방송법 개정안 합의를 비판하자 합의를 번복한 것이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한참 못 미치는, 초라한 결과도 족벌언론의 트집 잡기에 발목잡혀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자 출신의 여당 모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 언론탄압이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떠든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언론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 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방송공정성 법안 개정 4월 국회 처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강 위원장은 “족벌언론들은 종편의 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해 언론탄압이라고 떠들 자격이 없다. 지금의 언론지형을 9대 1로 만들어 정치권력과 야합해 민중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이들”이라며 “국민의 분노가 더 높아지기 전에 국회에서, 상식선에서 해결하라”고 말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최성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열심히 봤는데, 깜짝 놀랐다. 그 분은 방송 자율성이 방송사의 자율성, 경영진의 자율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이러한 현실이 현재 한국의 언론 현실이며,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방송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그런데 그 방송법이 여당 의원들 몇몇에 의해, 신문들이 지면으로 비판을 하고 나니 하루아침에 위헌적인 법안으로 바뀌고 말았다”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라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한 방송공정성 법안은 물론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라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조치로 견제가 가능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권력이 지멋대로 낙하산 사장을 앉혀서 조직을 장악하는 그러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송법 개정에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2월에 여야가 합의한 방송공정성 법안은 방송공정성을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건들을 담고 있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내용들”이라며 “이제 본격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서라.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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