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충성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이 마이크만 잡으면 그날 편성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생방송을 불사한다. 이미 지상파 방송의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점령했다. 여기에 생방송 경쟁까지 더해지니 이대로 가다가는 뉴스 뿐 아니라 TV만 틀면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생중계했다. 애초에는 KBS만 생중계가 편성되어 있고 MBC와 SBS는 녹화방송을 계획했다. 그런데 이들 방송사는 박 대통령 연설 당일인 28일 오전 생중계를 결정했다. 지상파 방송 중 한 곳이 박 대통령 관련 일정을 생중계하면 다른 방송사들이 따라 생중계하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들은 국가대항전 스포츠 경기에서도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생중계를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오는 일정만큼은 ‘채널 선택권’이라는 원칙도 저버렸다. 지상파 방송뿐이 아니다. 이날 종편과 보도채널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을 생중계했다.

결국은 ‘충성경쟁’이다. 방송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과정을 연일 메인뉴스에서 톱 기사로 다루며 박 대통령을 향한 헌정방송을 이어갔다. 지상파 방송들이 생중계를 편성했던 민관합동 규제개혁회의나 통일에 대한 구상을 밝힌 드레스덴 연설의 경우, 전문가들로부터 평가할 지점과 우려할 지점이 동시에 나왔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들은 ‘대통령 잘한다’만 외칠 뿐이다.

   
▲ 박 대통령이 3월 28일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해 대북정책에 대해 연설했다. ⓒ 청와대
 
더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순방에 맞춰 뉴스에 나오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KBS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났다고 보도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함께 부각시켰다. 리포트 내용도 부녀 대통령에 대한 찬양일색이다. “파독 광부, 간호사들은 그들의 50년 역사를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KBS는 앵커멘트를 통해 “박 대통령은 귀국 직전, 50년 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났다”고 소개했고 기자 리포트에서도 “1964년, 차관을 얻으러 독일에 갔던 박정희 대통령이 탄광을 찾아갔다”며 “50년 전 대통령을 만나던 그때처럼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는 내용도 있다.

MBC 역시 같은 날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반세기 만에 조국의 대통령과 다시 마주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며 “1964년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이들 앞에서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공대 연설 이후 가곡 ‘그리운 금강산’ 연주를 듣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보도했다.

SBS도 같은 날 보도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이 계속되는 동안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며 “50년 전인 1964년 12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도 독일 방문 기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 후손들에게는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자며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상파들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아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보도는 보수신문들이 이끌어나갔는데 방송이 이를 따라하는 어이없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문제는 KBS 뿐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방송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대한늬우스나 북한처럼 김정은을 자꾸 김일성과 연계해 우상화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KBS는 지난달 30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기초선거 무공천 관련 회담을 제안한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KBS는 결국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회담을 제의한 사실도 박 대통령에 불리할까봐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지상파의 ‘충성경쟁’은 더 넓어지고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지상파 방송의 공략층은 시청자가 아니다. 김 처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SBS는 차별성이 있었는데 최근 방송3사 모두 마찬가지”라며 “박근혜 대통령 찬양을 제일 중요한 뉴스가치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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