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통신사 ‘뉴스1’이 지난달 28-29일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의 1박 2일 노숙투쟁을 ‘술판시위’ ‘쓰레기더미’ 등으로 묘사하며 악의적 보도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서비스 AS노동자 1천여명과 금속노조 확대간부 2천여명은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점 폐업철회와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8일 오후 10시까지 집회를 이어가다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한 뒤 29일 오전 해산했다. (관련 기사 : <“재용씨, 노조를 알아요? 노조 가르쳐줄까?”>

뉴스1의 최명용 산업부 기자는 3월30일 기사 <시위할 땐 술판 벌이고 불내도 괜찮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1박 2일 노숙투쟁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뉴스1은 폐업 철회나 단체협약 체결 등 조합원들의 요구를 전하는 대신 1박 2일 간의 농성이 얼마나 지저분했고 위험했는지에 대해 강조했다. 뉴스1이 사용한 단어나 문구는 술판, 쓰레기, 지나가는 행인 희롱, 화재 위험 등이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확대간부 등 3000여명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이하늬 기자
 
뉴스1은 “노숙 투쟁이라곤 했지만 술판 시위였다”며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서초구청 환경미화원과 삼성 직원들은 토요일 새벽부터 나와 쓰레기를 치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1은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을 시위대는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시위하는 노동자와 쓰레기 치우는 노동자는 달랐다”고 말했다.

뉴스1은 또한 “밤샘 시위에선 일탈행동도 곳곳에서 목격됐다”며 “시위현장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희롱하거나 여성을 추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나가는 여성 행인들을 희롱하는 발언도 많았다”고 전했다. 노조원들이 등불을 만들어 띄운 것을 두고는 “화재 사고로 이어질 만한 위험천만한 일이다. 시위대에겐 인근 주민의 안전은 안중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뉴스1은 금속노조 자체 강령에 환경 보호와 여성 보호 내용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여성을 희롱하고 쓰레기 더미를 방치하는 시위 행태에서 얼마나 여성을 보호하고 환경을 생각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 보도가 ‘악의적 보도’라는 입장이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은 3월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악의를 가지고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위 지회장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는 것은 날조다. 조합원들이 아침에 일어나 담배꽁초를 전부 다 주웠다”며 “청소하시는 분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기 쉽게 한 곳에 모아둔 것인데 그 모아놓은 쓰레기 사진을 찍어서 올리며 ‘다 버리고 갔다’는 식으로 썼다”고 반박했다.

홍명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 역시 “쓰레기 치우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7시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마이크로 조합원들에게 ‘여기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깨끗이 하고 돌아가자’고 말했고, 1천여명이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이 치웠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집회하면 보통 쓰레기가 나오고, 이를 수거하기 쉽게 다 모아놓은 것인데 모아놓은 쓰레기 더미를 카메라 프레임에 가득 차도록 찍어 놨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뉴스1 기사에는 쓰레기를 모아놓은 사진과 모아놓은 쓰레기를 청소노동자들이 수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다. 뉴스1은 이 사진에 “밤샘 술판을 벌인 뒤 버린 쓰레기 더미들. 곳곳에 술병과 스티로폼 등이 방치돼 있다” “서초구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새벽부터 땀을 흘렸다”는 설명을 붙였다.

   
▲ ‘뉴스1’ 기사 갈무리
 
홍 위원은 노조원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희롱하거나 여성을 추행했다는 내용에 대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10명이 술도 안 먹고 계속 불침번을 섰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등불을 날린 것에 대해서는 “삼성 일가에 보여주기 위해 등불을 날렸다. 주위에 주민이 없었고, 일대에 전봇대나 나무가 없는 지역이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전에도 뉴스1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지점 폐업 관련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홍명교 교육선전위원은 “기사 하나하나에 대응하기보다 추후에 악의적인 보도나 왜곡보도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 제소나 명예훼손 고발 등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기사를 작성한 최명용 뉴스1 기자는 지난달 28일 저녁까지 집회현장에 있었고, 29일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뉴스1 기사에는 지난달 29일의 쓰레기 사진이 여러 장 나와 있다. 최 기자는 “쓰레기 사진이나 새벽에 청소하는 사진은 삼성 쪽 직원들이 찍은 사진을 받은 것”이라며 “쓰레기통이 있는 자리에 버려져 있지 않고 길거리에 쓰레기가 있기에 쓰레기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또한 “행인 희롱의 경우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일로 와봐’라고 농을 걸었다는 의미로, 주변 분들한테 그런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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