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한국방송공사 및 자회사 운영실태’에 대해 KBS 측이 31일 오후 KBS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 등은 감사원 지적에 대해 KBS가 “수신료를 인상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KBS는 감사원 감사발표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며 내부 경영혁신을 통해 일부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신료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

감사원의 KBS에 대한 감사 주요 내용은 △수신료 면제 대상자임에도 수신료를 납부하는 가구가 있다는 점 △상위직급이 과다하고 복지카드, 특별성과급 기본급 전환 등 KBS 임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과하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KBS는 상위직급 과다에 대해 “감사원은 KBS 2직급 이상 상위직급이 전체 직원의 57%에 달한다고 하지만 4직급에서 출발하는 KBS의 구조상 2직급은 고위직이 아니며, 2직급 중 일부만 부장 보직을 맡고 있고 대부분은 팀장과 평사원 등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직급”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S는 KBS의 관리직급은 10.9%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KBS는 “다른 기업체와는 달리 KBS는 방송 특성상 상위직급자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상위직급이) 유휴 인력화 되는 일반 기업체와는 상황이 판이하다”며 “1직급 이상 평직원도 수시 현업 재배치를 실시해 일부 보직 간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현업에서 일하며 숙련된 제작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신료 면제 대상자 가구 대상 수신료 징수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KBS는 “실무과정에서 볼 때 수신료 면제 대상자인데도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수신료 면제 대상자에 대한 정보 파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정도 있다”고 해명했다.

   
▲ 31일 KBS 신관 5층에서 열린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관련 KBS 기자회견. 사진=정상근 기자
 
관건은 감사원이 왜 이 시점에 이런 감사결과를 내놨느냐는데 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는 KBS 수신료 인상 여론에 악영향을 끼칠만한 내용이다. KBS 내부에서는 “감사원이 방송업무 특성을 간과하고 이런 결과를 내보내는 것이 수신료 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푸념이 나온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연주 사장이 사실상 축출되는 과정에서도 감사원이 근거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도 길환영 사장에 대한 일종의 경고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KBS 구성원들은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정연주 사장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KBS의 한 구성원은 “감사원 감사는 지난해 8~9월 예비감사가 진행됐고 9월~10월 본 감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시점상 발표가 됐을 시점”이라며 “지적된 내용도 길환영 사장 개인에 대한 부분이 아니고 이전부터 지속된 내용이기 때문에 길환영 사장을 겨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상윤 전 KBS PD는 “지난 몇 차례를 보면 감사원이 정권의 도구로서 역할을 해 온 사실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 길환영 사장을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통해 향후 KBS 노사 관계에서 사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기업의 정상화’를 기치로 공기업 노동조합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홍구 KBS 부사장은 31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1997년 IMF 이후 KBS는 경영혁신을 추진해왔고 다매체 시대에 경영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개선방향을 마련하고 빠른 시일 내 경영혁신을 위해 비상대책회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 협상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노사 협상자리에서도 ‘공기업 정상화’와 관련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 이를 근거로 노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KBS 전홍구 부사장은 이른바 ‘경영혁신’에 대해 “적자를 발생시키지 않고 좋은 콘텐츠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1의 목표”라며 “효율적인 기능조직을 만들기 위해 인사체계·임금체계 등 여러 가지 분야를 적합하게 만들고 성과와 직무 가치에 따른 임금체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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