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결국 이번 봄 개편에서 ‘친박 평론가’로 논란을 빚었던 고성국 씨를 MC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KBS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방송되는 ‘시사 진단’의 메인 MC로 고 씨를 선정했다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KBS 본부)가 밝혔다.

KBS 측은 그동안 KBS 본부와 KBS 노동조합 측이 고성국 MC 임명을 반대하자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입장표명을 피했다. 그러나 KBS 양대노조의 극심한 반발에도 논란의 MC를 선정함으로서 ‘친박 개편’이라는 양대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됐다.

KBS 본부에 따르면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KBS 양대노조와 기자협회와의 면담에서, ‘친박 평론가’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고 씨가 친박 인사로 외부에 알려져 있고, 그로 인해서 신설되는 시사프로그램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BS는 ‘무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고 씨의 MC기용을 강행한 셈이다.

KBS 본부는 28일 성명을 통해 “고 씨는 정치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서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보여줬던 ‘친박 성향’의 발언과 행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라며 “방송의 중심에서 공정성과 균형 감각을 갖고 진행을 해야 할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 MC가 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KBS 본부는 이어 “게다가 지금은 6.4 지방선거가 2달도 채 남지 않은 시기”라며 “민감한 시기에 고 씨 같은 ‘친박 평론가’를 시사프로그램 MC로 선정하겠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놓고 불공정방송을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MC 선정과 관련해 1차적 책임은 임창건 보도본부장에 있다”며 “(임 본부장은) 무리한 MC 선정을 강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 KBS 새노조가 지난 20일 정오 KBS 본관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KBS 새노조
 
KBS 본부는 또한 길환영 사장을 향해 “부적절한 인사들을 프로그램 MC로 앉히는 등 ‘친박 개편’으로 불리는 이번 봄 개편을 강행하기 위해 편성규약과 단체협약마저 부정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KBS본부는 법적 대응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라며 “길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 또한 공정방송 훼손 시도로 인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국 MC 선정에 대해 ‘시사 진단’을 제작하고 있는 제작팀 이영풍 팀장은 고 씨의 MC 기용이 결정된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 “홍보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KBS 양대노조는 이에 대해 오는 31일과 4월 1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공동 피케팅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며, 1일 개편 설명회가 열리는 2시를 전후해 편성 설명회 장소 앞에서도 피케팅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KBS는 지난해 방송된 ‘추적 60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고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던 기존의 입장을 바꿔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KBS는 추적 60분 방송시간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유우성씨 간첩 사건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증거조작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추적 60분은 해당 사건의 증거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조치가 부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KBS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KBS 본부는 이에 대해 “일련의 판단은 법무팀에 의해 법리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제작자율성을 지키려 했던 추적60분 제작팀의 승복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오직 길환영 사장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길 사장은 국정원의 증거조작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지금, 끝까지 국정원을 비호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KBS 법무팀 측은 “소송을 할지 안할지는 법무팀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소송 취하는 법무팀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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