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7월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해 기소된 강용석씨(45)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자 한국아나운서연합회와 여성단체들이 판결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 3부(김신 대법관)는 27일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비하 발언 등으로 무고와 모욕죄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한국아나운서연합회는 이날 공식 유감 입장을 발표하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난무하는 여성비하 발언과 각종 막말, 저속한 언어에 경종을 울리지 못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바”라며 “‘모욕을 당한 집단의 규모와 범위 조직체계 등등을 고려할 때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한 부분은 1·2심에서 집단모욕죄가 인정된 것을 생각할 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아나운서연합회는 “판결문에 명명백백하게 무고죄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것이 적시돼 있고, 집단모욕죄도 판결문의 표현상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집단모욕죄를 적용하기 모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씨는 이번 판결이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 더욱 자숙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 강용석 전 국회의원. 사진=강용석 블로그
 
강씨의 성희롱 발언 이후 그의 처벌을 위한 서명에 동참했던 한 지상파 여자 아나운서는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강용석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분명히 오해살 수 있는 발언을 들은 학생들과 아나운서의 마음에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선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아나운서에게 직접 모욕을 준 것보다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사회지도층이었는데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그런 발언을 한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나운서협회에만 사과하지 말고 늦었지만 본인도 자녀가 있다면 지금은 사회인인 됐을 당시 대학생과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했으면 한다”며 “현재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방송을 할 거면 방송만 하고 방송을 정치의 도구로 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들도 법원에서의 법리적 유·무죄 해석과는 별개로 강씨의 성차별적 발언은 불변의 사실이며 이런 잘못을 하고도 방송을 하거나 정치를 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강용석씨가 한 발언 자체가 굉장히 성차별적 발언임은 확실한 부분이어서 법원의 법리적 해석 차이에 따라 무고죄가 되고 안 되고의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국회의원이었음에도 저열한 의식을 가지고 그런 문제의 발언을 했던 것 자체에 책임을 지우는 사회적 요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활동가는 “강씨가 지금 굉장히 활발히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데 개인이 그렇게 하려 해도 방송국에서 안 받아주면 못할 텐데, 그렇게 하도록 자리를 주며 책임을 묻지 않고 허용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큰 문제”라며 “성폭력과 성차별, 성 혐오 발언을 해도 해프닝으로 끝나고 마는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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