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경찰서 발로 ‘마약파티’ 사건기사가 나왔다. 십여 명이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서울 시내 아파트에 모여 마약파티를 벌였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보통의 마약 사건기사에는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 등장했다. 대다수 언론의 제목을 요약하면 이렇다. “동성애자 집단 ‘마약 파티’…동물 마취제까지 투약”(JTBC)이다. ‘마약’에 ‘동성애’를 결합한 형태의 기사가 판쳤다.

이 사건의 핵심은 ‘동성애’가 아니라 ‘마약’이다. 제목에 동성애, 동성애자 집단 같은 표현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KBS는 이들이 동성애자 전용 술집에서 만났다고 보도했으나 동성애를 부각하진 않았다. 민중의소리 기사에는 ‘동성애자’라는 표현이 아예 없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동성애자 집단을 범죄의 소굴인양 보도했고, 이 현장을 ‘중국의 아편굴’인 듯 묘사했다.

   
▲ JTBC 3월27일자 리포트 갈무리
 
연합뉴스는 이날 종로서가 제공한 사진들을 일부만 모자이크한 채 내보냈다. “정신을 잃은 듯 널브러진 사람들”(KBS)의 모습이다. 기사 제목은 <도심 아파트서 ‘마약파티'한 동성애자들 무더기 입건>이다. 서울신문 동영상뉴스는 <마약파티 동성애자 일당 검거 현장 ‘충격’>이라는 리포트에서 종로서가 제공한 영상을 내보냈다. 헤럴드경제 기사 제목은 <‘엑스터시 마약파티’ 동성애자들 무더기 입건>이다.

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도 여럿 있다. 뉴스1은 <‘좀 더 짜릿하게…’ 마약파티 동성애자 일당>이라고 썼다. 특히 뉴스1은 사진기사에서 “남성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이 짜릿함을 더 맛보기 위해 마약을 투약하고 ‘환각파티’를 벌이다 무더기로 적발됐다”고까지 썼다. 이데일리는 <동성애자들 도심 속 ‘집단 마약파티’‥“충격”>이라고 했고, 매일경제는 <마약파티 벌인 동성애자들 쇠고랑>이라고 썼다.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SBS는 <도심 아파트서 ‘마약파티’한 동성애자들 무더기 입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고, YTN도 <주말마다 ‘마약 파티’ 벌인 동성애자 적발>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OBS 기사제목은 <마약 복용 후 ‘환각파티’…동성애자 10명 검거>이고, TV조선은 <동성애자들, 아파트서 ‘환각의 마약파티’>다. 특히 JTBC는 동까지 지역을 공개했고, 채널A는 아파트와 클럽을 특정할 수 있는 화면을 내보냈다.

   
▲ 채널A 3월26일 리포트 갈무리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파트 등 피의자 주변 환경을 알아볼 수 있도록 화면에 노출했는데 피의자와 그 주변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범죄보도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언론이 ‘동성애자들이 마약파티를 했다’며 동성애자를 부각하는데 이런 보도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심해진다”며 이 같은 보도행태를 ‘선정적이고 나쁜 보도’라고 비판했다.

마약에 대한 찬반양론은 제쳐두자. 어쨌든 마약을 팔거나 사고 투약하면 ‘마약류관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마찬가지다. 동성애와 마약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언론은 이런 기사를 써댈까. 아직도 한국사회에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강한 배경에는 자극적인 것만 찾아 어슬렁대는 언론이 있다. 마약파티에 정신을 잃고 널브러진 건 언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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