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공식 출범했다. 어쨌든 제1야당의 이름이 바뀐 셈이니 주요 뉴스인 것은 사실이다. JTBC는 이 소식을 26일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는데, 지상파 3사 방송에는 이것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3자 정상회담 소식과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 소식에 밀렸다.

각 방송사별로 주요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야권 신당 뉴스가 박근혜 대통령에 밀렸다는 지적이 큰 의미는 없다. 비록 26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 소식에 앞서 ‘때 이른 따뜻한 날씨’와 그로 인해 ‘꽃게와 수박’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먼저 보도되기도 했지만.

주목해서 들여다 볼 대목은 일부 언론이 새정치민주연합 출범 소식을 다루면서 ‘거대 야당’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KBS는 뉴스9 <새정치민주연합 거대 야당으로 공식 출범> 리포트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늘 창당대회를 열고 백30석의 거대 야당으로 공식 출범했다”고 앵커멘트로 밝힌 뒤 기자 리포트에서도 “국회의원 130석의 제1 거대 야당이 새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도 27일자 1면 <130석 새정치연합 창당> 기사에서 같은 표현을 썼고, 동아일보도 1면 <130석 야당 대표로 시험대 오른 안철수> 기사에서 “130석의 거대야당이 탄생하면서”라는 표현을 썼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국민일보와 경향신문도 같은 표현을 썼다.

   
▲ 2014년 3월 27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하면서 양당제 구도가 강화된 것은 맞지만, 양 당의 합당으로 국회 의석에서 ‘거대 야당’이 탄생했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어폐가 있다. 새정치연합의 의석수는 2석(안철수, 송호창)에 불과하고 새정치연합의 탄생으로 합류한 무소속 의원도 2명(강동원, 박주선)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의 합당 전, 이미 민주당은 126석의 ‘거대 야당’이었다. 의석수로만 따지면 사실상 4명의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한 셈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굳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에 ‘거대 야당이 탄생했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국회의 구성은 새누리당이 156석으로 과반을 넘는다. 여기에 국회의장직 수행 때문에 새누리당을 나온 강창희 국회의장까지 포함하면 157석이다. 나머지 141석 중 민주당이 126석이었고 새정치연합 측이 2명, 통합진보당이 6명, 진보정의당이 5명이다. 무소속은 강동원, 박주선 의원 2명 뿐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으로 이미 한국사회에서 자리 잡고 있는 양당제가 더 강화된 측면은 있다. 이 때문에 ‘거대 야당’이란 표현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뉴스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에서 ‘거대 야당의 등장’이란 표현은 지금 야권이 가진 현실적 힘을 넘어서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비록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영역이 줄어들었지만 새누리당은 이미 국회 과반 의석 이상을 점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규제 개혁을 언급하면서 “의원 입법으로 규제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를 ‘발목 잡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야당’의 출현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국회를 점유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책임을 덜고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야권을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을 발목 잡는 세력으로 부각시키려 하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것일까?

이 지점에서 또 하나 관심 가는 대목은 KBS 리포트 말미에 등장하는 이른바 친노에 대한 표현이다. KBS는 “이질적이던 두 세력이 합친 만큼 표면상의 통합이 아닌 이른바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내는 것이 시급하다”며 “특히 중도 보수 색채를 강화한 만큼 ‘친노 그룹’ 등 강경파와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신당의 순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KBS는 어떤 측면에서 ‘강경파’라고 해석했는지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강경파’ 친노 그룹이 속해있는 ‘거대 야당’의 등장이라고 보도했다. 시청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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