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윤 KBS PD가 26일 입사한지 30년 만에 정년퇴임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KBS본부)는 26일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현상윤 PD 정년퇴임 축하연을 열었다. 노조가 조합원의 정년퇴임 축하연을 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축하연 공식 플랜카드에는 ‘존경하는 현상윤 선배 정년퇴직 축하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1996년 서울신문 사무국장일 때 현상윤 선배를 처음 만났다. 처음 보고 엄청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게 된 지 18년 지나서야 내 나이를 묻는 모습을 보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노조가 정년퇴직하는 분들 다 축하해주는 것 아니고, 조합원이라고 다 축하해주는 것도 아니다. 여기 와서 ‘존경 받는 진짜 선배’이기에 축하연을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 26일 퇴임 축하연 자리에서 발언하는 현상윤 KBS PD.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현상윤 PD는 KBS의 역사와 함께 한 인물이다. 1985년 KBS에 입사해 1999년 KBS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2000년에는 환경직 청소부 정리해고에 반대, 해고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2001년 복직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고 2009년과 2013년에는 새언론포럼 회장을 맡았다.

현 PD는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KBS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8월에는 현 PD가 제작을 맡았던 가 자사 보도에 비판적인 패널들을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기도 했다.

현상윤 PD는 이날 축하연 자리에서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해본다. 아마 왕따나 조직 부적응자로 내쳐져 화병에 술이나 마시면서 살지 않았을까”라며 “노동조합이란 울타리 내에서 사람 구실도 하고 나름대로 방송의 민주화를 위해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 PD는 또한 “KBS는 여기 모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세금을 내서 뒷바리지 하는 것 아니냐”며 “소수가 결국 역사를 바꾼다. 여기 있는 소수가 다수가 될 때 KBS의 역사가 바뀌고 한국사회가 그나마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 10개만 만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여러분들도 잘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며 “여러분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세상을 빨리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상윤 KBS PD와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26일 KBS 본관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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