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녕들하십니까(대학 안녕들)’ 모임 학생들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대학 학칙 개정을 위해 연 기자회견을 학교 측이 막는 소동이 벌어졌다.

26일 오전 서울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위헌 학칙 엔딩, 오늘은 우리 같이 바꿔요. 이 학칙을’이란 주제로 '대학 안녕들'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성대 교직원들이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하지 말라”고 기자회견을 중단시켰다.

이 자리에서 박정만 성대 학생처 학생지원팀 과장은 “남의 대학에 들어와 플래카드를 펼치려면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대학 안녕들' 대학생들이 성대 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사전에 내용을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데 갑자기 와서 이렇게 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생들이 “성대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이 와서 기자회견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느냐”,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를 왜 못 하게 하느냐”고 따져 묻자 그는 “기자회견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고 여러분이 못할 얘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는 학교의 상징적인 곳이므로 학생처에 얘기해 학생회관 등 지정된 곳에서 하라”며 “타 학교 대학생들까지는 하도록 인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은 성대 학생들을 포함해 고려대·단국대·중앙대·가톨릭대 등 '대학 안녕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했지만 성대 측은 사전허가 없이는 기자회견도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하나 의원은 “'대학 안녕들' 학생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박 과장의 주장에 대해 “여기는 직원 한 분이 안녕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학칙들과 학교의 규정들도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속 우리 학교라면서 다른 학교 학생은 안 된다고 하는데 사립대도 교육기관으로서 공공성이 있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부 지원도 받아 운영되며, 학교는 누군가의 소유와 편의를 위한 공간은 아니므로 직원의 ‘불편’이 이 사안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대 직원들과 수십 분간 마찰을 빚은 끝에 학교 측의 불허로 스피커와 마이크 없이 다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하영 '대학 안녕들' 팀장은 “‘대학 안녕들하십니까’에서는 각 학교의 위헌적인 학칙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가로막고, 우리가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년간 대학의 제멋대로 학칙을 둘러싼 비판과 개정 촉구가 이어졌음에도 아직도 대다수 대학에서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 ‘대학, 안녕들하십니까’ 모임 학생들이 26일 오전 서울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위헌 학칙 엔딩, 오늘은 우리 같이 바꿔요. 이 학칙을’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날 '대학 안녕들'이 발표한 대학의 위헌학칙 피해 사례(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조사)를 보면, 상당수 대학이 학생의 정당 등 사회단체 가입과 대자보 부착을 금지하고 있었으며 대학총장의 행사 동원 지시가 있을 때 대외행사에 참가 의무를 두는 대학(평택대)도 있었다.

또한 △학생회장 출마를 위한 학점 제한(성신여대·숙명여대) △재학 중 결혼을 하면 제적(한국체육대) △시험기간 중 대외행사 참여 금지(남서울대) △ 시위·농성·등교 거부·마이크 사용 등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모두 금지(한성대·한라대) 등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조차도 학칙으로 제한하고 있는 학교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대학에 이렇게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학칙들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민주적 시민으로서 매우 경악하고 안타깝다”며 “대학의 비민주적·반인권적 학칙들이 개정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하고, 위헌적·위법적 소지가 있는 학칙을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통해 개정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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