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구성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재원 대책 없이 강행하는 일산 디지털통합사옥 이전과 부적절한 관용차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EBS 이춘호 이사장 및 폭력 시비에 휘말린 이종각 이사에 대한 반발이다.

침묵시위를 벌이던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지난 24일부터 한송희 지부장을 시작으로 방통위 앞 1인시위에 나섰다. 한 지부장은 25일 통화에서 “EBS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일산 사옥 이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 하지만 방통위에서는 ‘이전하라’고 말하고 있고 사장은 방통위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부장은 이사 사퇴와 관련해서도 “방통위에서 선임한 이춘호 이사장과 이종각 이사의 비위 사실이 드러난 이상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 사옥 이전은 EBS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달 28일로 예정된 조달청에서의 건설업자 입찰 건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지만, 내부에서는 1,765억원의 추가 재원에 대한 대책 없이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옥 이전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2,998억원. 현재 EBS가 보유한 자금은 250억원으로, 도곡본사 매각으로 인한 수익 477억원, 정부지원금 506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1,765억원에 대해 EBS가 내놓은 방안은 2가지다. EBS가 지난해 9월 낸 ‘통합사옥 신축에 따른 중·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차입을 하거나 자체사업을 통해 연평균 171억원씩 총 1,539억원의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2021년까지 연평균 95억원의 방송광고 수입 확대하고 전자출판 및 글로벌 신규사업 수입을 연평균 16억원 확대, 애니메이션 사업 역시 60억원을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1,700억원이 넘는 돈을 차입할 경우 EBS는 매년 40~50억원 규모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당기순이익이 평균 20~30억원 사이인 EBS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연평균 170억원의 수익을 확보한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광고 확대’의 경우,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상업적 콘텐츠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EBS가 방송광고를 늘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가 통합사옥 건설에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을 세운 반면 정작 제작비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매년 10억원씩 늘리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동결한다는 방침이다. EBS 직능단체들은 지난 11일 “사장과 경영진은 EBS 사옥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EBS노조에 따르면, 감사원에서도 일산 사옥 이전에 대한 재검토 및 우면동 KEDI 사옥 매각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BS 측은 일산 사옥 이전에 대해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EBS지부는 21일 열리는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사옥 이전 건을 제안했으나 사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쪽도 마찬가지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은 “EBS 이사회에서 승인을 하고 국회 의결을 거쳐 국고에서 이전 지원금을 준 상황인데 이제 와서 못 가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재검토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BS지부는 이춘호 이사장과 이종각 이사에 대해서도 침묵시위 등을 통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춘호 이사장은 EBS 관용차를 타고 업무와 관련 없는 강원도 고성의 22사단을 방문했고, 사외이사로 있는 KT 이사회와 대표로 있는 ‘DMZ 미래연합’ 송년회 행사에 참석했다. 이종각 이사도 폭행 시비 및 고소고발 건에 휘말렸다. EBS 이사였던 한국교총 안양옥 이사는 이 건으로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