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가 MBC·KBS 뉴스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토론회와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연설을 생중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25일 오후 3시 목동 SBS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 막장 방송을 하고 있을 때 상업방송으로서 기계적 균형보도를 하던 SBS가 자기들의 이익 앞에서 자본의 본색을 드러내는 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공대위(공대위)가 주최했다.

이들이 제시한 SBS의 불공정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규제개혁’이다. SBS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1시간 넘게 생중계했으며, 뉴스를 통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SBS는 친절하게도 규제개혁 관련시리즈를 기획해 심층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해 제대로 된 개선을 견인한다는 의도인 것은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그러나 전반적인 보도의 행태는 청와대발 프레임을 여과 없이 깔고 있다. 기존 편성도 무너뜨릴 정도로 급조된 생중계에 대한 내부의 치열한 논쟁과 고민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득 보는 사람만이 초청됐고 비판적인 단체는 부르지 않은 기울어진 회의를 그것도 대통령이 주재한 행사를 비판적 시각을 배제하고 보도한 것은 저널리즘의 길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토건재벌’ 태영건설이 세운 SBS가 자사의 이해관계를 위해 ‘규제는 악이다’는 청와대발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그간 SBS 보도는 오락가락 행보는 보였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도 나름 기계적 균형을 갖추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규제개혁보도는 국영방송이 된 두 공영방송과 다름없이 적극적인 홍보성 보도를 내보냈다”며 “비판의 시각이 SBS에 머무르는 이유는 SBS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과 규제 폐지가 가져올 이익이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순혜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최근 SBS는 규제개혁 관련 시리즈를 뉴스에 편성하는 등 규제완화 관련된 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SBS는 토건재벌이 만든 방송이다. 하지만 방송은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공익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 SBS가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SBS는 지난 24일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을 생중계했다. 생중계를 위해 SBS 드라마 <신의 선물>은 15분 앞당겨 방송됐고 15분 늦게 방송될 예정이던 <힐링캠프>는 박 대통령의 연설이 길어지면서 아예 결방됐다.

   
▲ 24일자 SBS 8시뉴스 갈무리
 
노영란 ‘매체비평 우리 스스로’(매비우스) 사무국장은 “SBS가 이명박 정부 이후 괜찮은 보도를 하고 있다는 칭찬을 스스로 뒤엎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규제는 악이다’를 전제로 한 토론회 생중계도 모자라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연설을 생중계하고, 이를 위해 드라마를 앞당기고 예고도 없이 힐링캠프를 방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국장은 “20분 동안 준비도 안 된 정상회의 현장을 보여주었고.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 외에 국민이 알아야할 내용도 없었다. 뉴스를 통해 전달해도 충분한 내용들이었다”며 “그런데도 40분 가량 개막식 모습과 박 대통령의 연설을 보여줬다. SBS가 기존 편성까지 바꿔 연설을 생중계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시청자 입장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 국장은 “SBS는 그간 기계적 균형에 따른 사실보도만으로도 칭찬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기울어지지 말고 그 정도만 하라”며 “SBS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BS가 JTBC보다 못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노 국장은 “모 종합편성채널에서 저널리즘의 기능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데 그만도 못한 보도를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JTBC는 지상파가 청와대 행사를 생중계하는 동안 드라마를 내보냈고 그 날 메인 뉴스 머리기사는 광역단체 후보들의 무상버스 공약이었다. 규제개혁 회의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뉴스로 배치됐다. 종편보다 못한 보도, 부끄러워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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