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인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31일 열린다. 최성준 후보자의 ‘전교조 정보 공개’ 결정과 함께 장인인 김용철 전 대법원장이 유신, 군부독재에서 요직을 거쳤다는 점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김기춘 비서실장보다 윗선에서 ‘내정’ 사실을 연락받았다. 인선 배경에 대해 의문이 증폭된다.

25일 최성준 후보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정 소식을 김기춘 실장에게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 위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어느 분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없어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인선 배경이 더욱 주목된다. 최 후보자는 “기회가 되면 따로 말씀을 드리겠다”고만 말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후보자와 김기춘 실장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긴 하나 입학·졸업시기에 17년 정도 차이가 있고, 두 사람이 각각 법원과 검찰 조직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는 없다. 박정희 정권 시절 당시 최연소 대법관이 됐고, 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대법원장을 지낸 김용철 현 경희학원 이사장이 발탁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용철 이사장(1924년생)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1950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1948년), 1951년부터 1957년까지 해군 법무관(소령)을 지냈다. 김 이사장은 대구, 서울 등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그는 1975년 유신 정권에서 최연소 대법관이 됐고, 전두환 정권에서 대법원 판사, 대법원장을 지냈다. 그리고 1988년 사법부 일선 판사들의 민주화 요구(제2차 사법파동)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곧장 변호사로 개업했고, 지난 2006년 11월부터 현재까지 경희학원 이사장(14~16대)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의 3녀가 최성준 후보자의 배우자다.

김기춘 실장(1939년생)은 김용철 이사장과 함께 유신 시절 요직에 있었다. 김 실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1960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김 실장은 1972년 법무부 법무실 검사 재직 당시 유신 헌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다. 1974년에는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1979년 대통령 법률비서관 등 요직을 맡았다. 김 실장은 해군·해병대에서 법무관을 지냈다. 김 실장은 해군 장교 모임에 애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같은 해군 출신에 유신 정권 시절 요직에 있었던 김용철-김기춘의 관계를 최성준 후보자 발탁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장인 김용철 이사장이 박정희 정권을 떠받힌 형사지법에서 근무했고, 박정희-전두환 시절 요직을 차지한 것을 두고 ‘부역’ 논란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성준 후보자는 “저와 관계없는 부분”이라며 “그것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제가 뭐라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만 말했다.

최성준 후보자의 ‘정치적 판결’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로 있던 2010년 3월 2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명단 제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전교조 가입 여부 공개가 사상이나 신조 등 전교조 교사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결정 내용이었다. 이 기각 결정은 조전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명단을 공개하는 법적 근거가 됐다.

장녀 증여세 탈루와 최 후보자 본인의 상속세 탈루 의혹도 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27세 취업준비 중인 최 후보자의 장녀는 1억4천여만 원의 예금이 있는데 조모로부터 증여받은 돈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밖에도 최 후보자는 지난 2009년 모친 사망시 재산을 상속받았으나 최 후보자 명의로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형제가 함께 연대납부했다”면서 “동생이 대표신고한 관계로 후보자 명의의 기록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청와대가 민주당 이상민 의원실 등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서류에는 최 후보자의 부친 최규환씨(1992년 작고)의 출생연월일과 주민번호, 본관 등이 누락돼 있다. 최 후보자는 부친이 개성 출신으로 작은 사업을 했고 1992년 작고했다고 전했다. 자료 누락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가족관계증명서가 만들어 지기 전 제대로 기재를 안 한 경우”로 설명했다.

다음은 최성준 후보자와 통화 내용.

- 인사청문 자료에 부친 공간이 비어 있다. 무슨 사연이 있나.
“제가 확인해 본 것은 아버님이 1992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그런 형태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기 이전에 돌아가신 경우에는 그걸 인적사항을 제대로 옮겨서 기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 임종을 못 지킨 건가.
“아니다. 했다. 제적 등본은 다 있다. 그런 문제가 아니고 서류 상, 과거 서류에서 그랬다는 거다.”

- 부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굳이 제가 그걸 자세히 얘기할 건 아니다.” (추후 연락에서) “아버님 고향은 개성이다.”

- 부친께서 무슨 일을 했나.
“뭐 특별하게 문제되거나 그럴 부분은 없다. 조그만 사업을 하셨다. 특별하게 한 것은 없다.”

- 장인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박정희 정권 시절 대법관을 하고,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대법원장을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있다.
“저와 관계없는 부분이다. 그것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

- 방통위원장 내정을 누구에게 연락 받으셨나.
“제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말씀을 드리는데요, 위에서 연락을 받은 건 맞는데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김기춘 실장에게 연락받은 건가.
“위에서 연락을 받았다.”

- (재차) 김기춘 실장한테 받으신 건가.
“아니다. 그 위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어느 분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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