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의 시사프로그램 <쾌도난마>가 선거후보를 대거 출연시키면서 ‘선거후보 유세방송’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를 집중적으로 출연시키는 등 불공정한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가 나왔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25일 3월 셋째 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등을 모니터한 4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난달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주도로 출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채널A <쾌도난마>에는 3월 3일부터 21일까지 15일간 6.4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예비 후보 25명에 출연했다. 가히 ‘선거후보 유세방송’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0조 1항은 ‘선거쟁점에 관한 논의가 균형을 이루도록 출연자의 선정과 발언횟수, 시간 등의 형평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간 쾌도난마에 출연한 25명의 예비후보 중 60%인 15명이 새누리당 예비후보였고, 민주당 혹은 무소속 예비후보는 40%에 그쳤다.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황식, 이혜훈, 정몽준 후보는 출연했지만 민주당 혹은 소수정당의 후보는 출연하지 않았다.

   
▲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새누리당/민주당·무소속 후보 비교
 
<쾌도난마>에 출연한 정몽준, 이혜훈, 김황식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 시장의 시정 운영은 ‘다소 무책임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시민운동’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출연한 경기도지사 후보 편의 방송 주제는 현 시장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다. 지난 19일 출연한 원유철(새누리당), 김진표(민주당) 후보의 토론 방향은 김문수 현 도지사의 시정이 아니라 무상교통을 들고 나온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평가였다. 20일 출연한 남경필, 정병국(새누리당) 후보의 주요 토론 방향도 무상교통이었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0조 2항은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등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쾌도난마>에서는 야당 후보에 대한 위험한 조롱과 희화화가 이어졌다.

   
▲ 21일자 채널A ‘쾌도난마’ 갈무리
 
지난 21일 <쾌도난마>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후보자 부인을 조롱하는 내용이 나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부인과 나경원 전 의원의 외모를 언급하며 “나경원 당시 후보가 1억짜리 피부 샵에서 호사행위를 한 얼굴인지, 박원순 시장의 사모님도 얼마나 자연주의자 환경주의자 휴머니즘을 가지고 사시는 평범한 소시민적으로 살고 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면에 박 시장 부인의 얼굴이 나오자 박종진 <쾌도난마> 앵커는 “김성태 의원이 오늘 큰 건 하나 했다”며 조롱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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