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X파일' 사건으로 드러난 ‘떡값' 수수 검사, 부장검사가 고소인으로부터 자동차 선물을 받은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 내연 관계에 있던 변호사 관련 사건을 동료 검사에게 청탁해 외제차와 명품 가방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벤츠 여검사 사건 등등.

최근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관여한 의혹까지 받고 있는 현재의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선 ‘검사장 직선제’ 도입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욱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변호사)는 21일 오후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주최로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 검찰의 제도적 특징과 개혁 방안’ 월례정책포럼에서 “현재의 검찰은 그 권한이 막강해 일반 국민에게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보이는 존재이지만, 집권세력이거나 재벌·언론 등 살아있는 강력한 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 정권의 정치적 공격과 방어수단으로 비난받고 있다”며 “검찰 조직의 일대 개혁과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방검사장을 주민의 손으로 선출하게 되면 검찰은 분권으로 작아지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의 인사권으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해 공직비리척결, 사회비리견제의 자기 임무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출과정에서 검찰 권력이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의 장이 형성되고 더불어 지방분권적 효과까지 낳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제도를 전제로 지방검사장 직선제를 실시할 경우 18석을 선거로 선출하게 되므로 검찰 조직은 전국단일형에서 18개 병립형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대통령의 인사권 일부가 선출 제도로 이전될 수밖에 없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예속에서 어느 정도의 독립이 확보된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이런 제도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아직 미흡해 검사장 직선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1960년 시행된 헌법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선출제 도입을 시도했던 경험도 있다”며 “비록 1961년 5월 17일 예정됐던 선거 실시가 5·16쿠데타로 말미암아 불발돼 오늘에 이르고 있고, 2001년에는 검찰 스스로 검찰총장을 검사들의 직선으로 선출하자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검장 직선제는 선출 대상을 지검장으로, 선출권자를 관할지역 주민으로 한 점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을 뿐 검찰총장 직선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검사들을 선출권자로 하는 제한적인 방법보다 주민을 선출권자로 하는 것이 검찰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며 사회적 공적 자산인 검찰권력이 어떻게 행사되고 활용되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는데 더욱 적합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은 비대하고 집중돼 있지만 지위는 불안정하고 취약한 검사의 중립성과 신뢰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권한을 분산·조정하고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상설특검제 도입 △의결권을 가진 검찰인사위원회 설치(정치검사 배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제한과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통제 강화 등을 제안했다.

유종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원장은 “우리나라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지만 최근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은 검찰개혁의 시급성을 새삼 절규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촉발하고 실질적인 개혁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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