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이하 KBS본부)가 20일 정오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예정된 청와대 민관합동 규제개혁회의 생중계 문제와 이번 봄 개편에서 친박 평론가로 논란을 빚은 고성국 정치평론가의 1TV 시사프로그램 메인MC 거론 등, KBS의 정권 눈치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KBS본부가 피켓시위를 벌인 것은 지난 1월 진행자 일방교체 당시에 이어 두 달여 만이다. 이날 KBS본부는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친박 MC’를 내리꽂는 등 봄 개편을 ‘친박 개편’으로 몰고 가고, 정권 홍보를 위해 청와대 회의를 KTV 수중계까지 하며 강행하고 있다며 임 본부장의 사퇴와 길환영 KBS 사장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날 피켓시위는 점심시간에 KBS본부 합원 40여명이 참석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진행됐다. 시위는 약 20여분 간 진행됐다. KBS 내부에서는 보도 편향성 문제와 이번 논란이 더해지면서 6월 예정된 임창건 보도본부장의 신임투표 결과가 “역대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으고 보고 있다.

권오훈 본부장은 “이번 봄 개편에서 핵심 시사프로그램에 고성국 MC가 후보군에 올랐다는 것을 그제(18일)서야 들었다”며 “그런데 이번 시사프로그램이 애초에 고성국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KBS본부 주장에 따르면 사실상 KBS가 고성국씨를 기용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이번 개편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 KBS 새노조가 20일 정오 KBS 본관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KBS 새노조
 
고성국씨는 친박 논란으로 지난해 KBS 라디오 개편 당시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진행자로 기용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고성국씨를 기어이 MC로 기용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고성국을 위해 상당한 노력이 있어왔다는 것”이라며 “고씨가 MC가 된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임창건 본부장과 길환영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 회의 KTV 수중계 논란과 관련해 권 위원장은 “누가봐도 청와대 방송”이라며 “시청자의 눈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가 대부분의 프로그램 말미에 ‘수신료의 가치를 시청자의 감동으로’라는 문구를 넣고 있는데 오히려 정권에 대한 충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우선 21일 예정된 노사 정례공정방송위원회에 참석해 청와대 회의 중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고성국 MC 내정설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철 KBS본부 부위원장은 “공정방송을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21일 회의에서 고성국 MC 철회 요구와 KTV 수중계 문제를 따져 묻고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 KBS 새노조가 20일 정오 KBS 본관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KBS 새노조
 
한편 고성국씨 MC 낙점 주장에 대해 KBS 측은 ‘윗선의 결정이 아닌 제작진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이고, 아직 확정 단계도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현기 홍보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토크 프로그램 형태의 시사프로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데 실무팀에서 진행자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며 “고성국씨가 거기에 포함된 것은 맞고 한 차례 후보군을 추렸을 때 포함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팀장은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 제작현업에 있는 작가, 기자 등이 모여 MC와 패널을 논의하던 중 나온 얘기”라며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고성국씨를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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