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20일자 1면 <묻지마 규제완화 ‘시장 오작동’ 부른다> 기사에서 “경기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 동시에 관료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계기로 ‘규제완화’를 활용하는 모양새”라면서도 “규제 자체를 금기시하고 숫자 줄이기식으로 접근할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가 예를 든 것은 지난 1999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규제와 2001년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 제한 규제를 폐지했다가 카드대란이 발생한 일이다. 규제는 활용도에 따라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암 덩어리’나 ‘원수’와 같이 취급될 수는 없다.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차분히 제거하면 된다.
▲ 조선일보 3월 20일자. 4면. | ||
조선일보의 경우 20일 4면 <“고양이는 생선 포기안해…청, 큰 그림 그려 직접나서야”>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규제는 공무원의 밥그릇”이라고 보도했다. 규제를 단순히 공직사회의 부조리 문제로 등치시킨 것이다. 동아일보도 3면 <법보다 무서운 공무원의 보이지 않는 손> 기사에서 같은 뉘앙스의 보도를 했다.
▲ 동아일보 3월 20일자. 3면. | ||
더군다나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20일 청와대 규제개혁회의를 생중계하기로 했다. 이 자리는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참여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규제를 성토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형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규제 개혁이 일부 기업들의 소원수리 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KBS와 MBC 등은 이와 같은 청와대 회의를 여과없이, 무비판적으로 생중계에 나선다. 그 자리에서 나오는 특정한 규제가 지닌 양면성에 대한 설명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실제 19일 이번 회의의 생중계에 대해 “실제로 어떤 규제들이 누구의 발목을 잡는지 회의의 전 과정을 여과 없이 지켜보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 중앙일보 3월 20일자. 3면. | ||
오건호 글로벌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규제’라는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시장에서 행위자들이 경쟁을 할 때 지키는 규칙과 제도, 이른바 룰이 ‘규제’”라며 “축구에도 규칙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를 규제라고 하니 마치 부당개입과 기업에 대한 간섭으로 읽혀진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시장에는 강자와 약자가 있고 강자에 의한 부당한 압력이나 독과점이 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최소한 공적인 규칙을 만들어놓은 것인데 이것을 ‘암’으로 보는 사람은 대체로 힘이 센 사람들, 재벌 대기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나 일반 여론이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규제라는 용어가 지닌 혼선 때문”이라며 “이제 규칙이라는 말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공영방송의 규제개혁회의 중계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민원자리를 공영방송이 TV로 생중계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라며 “규제를 풀어달라는 사람,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람이 앉아 대통령이 이를 듣는 토론자리도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형식적인 공정성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