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방송가는 ‘고대 신방과’ 세상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사장이 모두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길환영 KBS사장은 1981년, 안광한 MBC사장은 1983년, 이웅모 SBS사장은 1979년 각각 신방과를 졸업한 ‘교우’다. 세 사람의 학번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3사 사장단은 고대 신방과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모두 PD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처럼 고대 신방과 출신의 PD가 3사 사장이 된 일은 유례가 없어 방송가에 회자되고 있다. 우연치고는 절묘하다는 것이다. SBS의 경우 우원길 전임 사장도 고대 신방과를 나왔다. 이런 상황을 놓고 1990년대 학번의 고대 신방과 출신 기자는 “밖에서 보면 대단하다고 하겠으나 언론계 내부에서 봤을 땐 대놓고 얘기하기 뭣하다. 지금은 실력으로 사장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씁쓸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대 출신들이 돋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고대 출신이 ‘득세’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연관이 있다. 고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 5년간 고대 출신의 낙하산 사장들이 언론계를 황폐화시켰다. 노조파업을 불러일으킨 구본홍 전 YTN 사장, 김재철 전 MBC 사장, 박정찬 전 연합뉴스 사장이 모두 고대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대출신 언론인들이 학연을 중심으로 거대한 이익공동체를 형성해 공정보도를 탄압하며 요직을 차지했다는 주장이 수많은 사례들과 함께 나왔다. 예컨대 MBC 시사교양국을 황폐화시킨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현 울산MBC사장),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각종 편파뉴스의 책임자로 MBC기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김장겸 MBC 보도국장도 고대 출신이다.

대선 당시 ‘타임’지의 ‘The Strongman’s Daughter’ 기사를 번역한 연합뉴스 기사에서 타임지 기사제목을 ‘독재자의 딸’이 아닌 ‘실력자의 딸’로 번역해 연합뉴스 기자들로부터 탄핵된 이명조 연합뉴스 정치부장도 고대를 나왔다. 불공정·편파심의를 주도하고 있는 권혁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도 고대 신방과를 나왔다. 김재철-안광한 사장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김종국 전 MBC사장도 고대 출신이다.

고대 신방과 후배들 사이에선 기득권력에 부합하며 언론인의 양심을 저버린 선배들 때문에 ‘억울하다’는 소리도 나올 법하다. 공정방송투쟁으로 2008년 해직된 조승호 YTN 기자, MBC 파업 때마다 적극적으로 동참한 김태호 MBC <무한도전> PD가 고대 신방과 후배들이다. 이밖에도 최상재 전 언론노조위원장,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전 KBS 기자), 박대용 <뉴스타파> 기자 (전 MBC 기자) 등이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방송투쟁에 적극 나섰던 고대 출신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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