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주요 보직을 꼽으라면 대게 정치·경제·사회부장과 편집국장·보도국장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편집국·보도국 내에서 해당 보직간부들은 매일매일 각 언론사의 방향과 논조를 결정한다. 국제부·문화부·산업부장을 비롯해 논설실장·부국장 등 주요 간부들이 많지만 미디어오늘은 독자 및 시청자가 민감하게 접하는 정치·경제·사회 보도책임자의 프로필에 주목했다. 25곳 언론사 주요간부 104명의 출신지·출신학교·나이·전공·입사연차·성별을 분석한 결과 예상대로 SKY(서울대·고대·연대)와 영남·서울지역 출신의 남성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언론사 간부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SKY동문회’

SKY출신 간부는 전체의 75%(104명 중 78명)로 압도적이었다. 이 같은 집중도는 여타 전문직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언론사들이 과거부터 SKY출신을 선호하며 편중되게 채용했던 결과가 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직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가 주요한 업무수단이 되며 출신대학을 더욱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선·중앙·동아의 경우 주요 간부들이 대부분 SKY 출신이었다. 조선일보와 TV조선 간부 8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5명, 고대 출신이 2명, 연대 출신이 1명이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지금껏 非서울대 출신이 편집국장을 맡은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와 JTBC 간부 9명 중에는 서울대 출신이 4명, 고대 출신이 3명, 연대 출신이 1명, 이대 출신이 1명이었다. 동아일보와 채널A 간부 8명의 경우 서울대 출신이 5명, 고대 출신이 2명, 연대 출신이 1명이었다. 간부들 사이의 SKY 출신 비율마저 조중동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겨레신문·한국일보·CBS의 경우도 SKY 편중은 마찬가지였다. 3사 간부 12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5명, 고대 출신이 5명, 연대 출신이 2명이었다. 경향신문의 경우 정치부장과 사회부장이 전남대 출신으로 타사와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언론사 성향을 뛰어넘는 ‘SKY’라는 견고한 학벌의 벽은 현직 언론인들과 언론인 지망생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출신 대학이 다양해져야 학연에 의한 간부 승진이나 패거리 문화와 같은 폐해가 줄어들고 사내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쉬워진다. 2000년대 중반 MBC와 KBS 등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다양한 대학 출신의 언론인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채용과정은 여전히 출신대학을 주요하게 보고 있어 언론사 간부들의 명문대 편중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입사자 대부분… 여성간부 비율 5.7%, 늘어날 수 있을까

언론사 주요 간부들의 평균 연령은 1964년생으로, 대부분 50세를 넘겼다. 조사대상 중 최연소 간부는 1973년생인 김소영 MBC 사회2부장이었으며, 남성중에서는 1970년생인 이명건 채널A 사회부장이 눈에 띄었다. 최고령 간부는 1957년생인 이계성 한국일보 편집국장 직무대행이다. 뒤이어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과 나종하 OBS 보도국장이 1958년생으로 고령에 속했다. 연령을 확인한 26명의 편집·보도국장·보도본부장 평균 연령은 1961년생으로 평균보다 3살 많았다.

주요 간부들의 평균 입사연도는 1990년으로, 대부분 20년차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연도를 확인한 25명의 편집·보도국장·보도본부장 평균 입사연도는 1987년으로 역시 평균보다 3년 위였다. 위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현재 언론사 보직간부들은 1980년대 명문대를 나와 1987년 민주화 이후 입사했다. 이와 관련 <중앙 언론사 간부들의 이념 성향 연구>(이재욱, 고려대 언론대학원, 2006) 논문에 따르면 언론사 간부들의 이념은 신문 논조에 비해 대체적으로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간부들의 출신 학과는 대체로 다양했다. 편집국장 가운데서도 법학과(조선일보 강효상), 외교학과(중앙일보 최훈), 신문방송학과(동아일보 김차수), 경제학과(매일경제 전병준), 국어국문학과(KBS 김시곤) 등 출신이 다양했다. 그나마 경제학과 출신이 신문방송학과 출신만큼 많다(14명)는 점이 눈에 띄었다.

출신지역의 경우 예상에 비해 지역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영남출신 간부가 호남출신 간부보다 두 배 많았지만 인구수를 고려하면 아주 큰 격차는 아니다. 대통령의 출신지역에 따라 언론사 간부들이 영남 또는 호남으로 교체되는 경우가 있어왔지만 오늘날에는 문제를 제기할 만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산업화 이후 서울·경기에 인구가 집중되며 언론사내 지역 갈등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여성간부들의 위치다. 조사대상자에서 여성의 비율은 전체의 5.7%로 현저히 낮았다. 20세기까지 언론사에서 남성 중심의 채용이 진행된 결과다. 지금까지 여성은 공무원을 제외하곤 전문직에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신입기자 채용 경향은 남녀를 동수로 뽑거나 여성을 더 뽑는 언론사도 눈에 띄고 있어 여성간부 비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성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에 의해 쉽게 간부직에 오르지 못하는 구조적 어려움에 놓여있다. 여성의 간부비율이 높아질수록 언론사내 군대식 상명하달 문화를 지양하고 민주적이고 탈권위적인 업무분위기를 조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서중 언론정보학회장은 “앞으로 여성 간부의 비율을 높이고 지역색을 고려하지 않으며 능력만으로 간부를 선발하는 언론사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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