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2년이 지났다. 정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한미 FTA 관련 보도자료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미수출이 많이 늘었다. 둘째 농식품 대미수입이 많이 줄었다. 셋째 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가 많이 늘었다. 정부는 지난 1년간 대미수출이 5.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각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 2.6%보다 높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상당수 언론이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대미수출 내역을 보면 그들의 평가가 지나치게 아전인수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FTA의 효과가 있었다면 FTA로 혜택을 보는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혜택을 보지 못한 품목보다 더 커야 한다. 그러나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그와 반대다. 지난 1년간 FTA 비혜택품목 대미수출 증가율이 5.7%였던 반면, 혜택품목 증가율은 4.9%에 그쳤다. 이것은 정부 주장과 달리 한미FTA가 대미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자료를 보면 한미FTA의 최대 수혜자는 자동차 부문 종사자들이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한미FTA가 자동차 부문 대미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2010년 12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워싱턴 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양국 통상현안을 놓고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발효 전 관세율 2.5%)는 발효 후 4년 뒤에 철폐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발효 전 관세율 2.5%)는 발효 즉시 철폐된다. 따라서 FTA 발효 후 4년 안에 자동차는 FTA 비혜택품목이고 자동차 부품은 혜택품목이다.

정부가 밝힌 자동차 부문 대미수출 내역을 보면 한미FTA 발효 2년차에 FTA 비혜택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14.7% 증가한 반면 FTA 혜택품목인 자동차 부품은 8.3% 늘어나는데 그쳤다. 발효 후 1년차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비혜택품목인 자동차 대미수출은 16.5% 증가한 반면 혜택품목인 자동차 부품은 11.5% 증가했다.

한미FTA 발효 후 농식품 대미수입이 많이 줄었다는 대목도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지난 1년간 농식품 대미수입이 8.2%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부분을 부각시킨 것은 FTA를 이행하더라도 농민 피해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농식품 대미수입의 세부내역을 들여다 보면 총량지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1년간 농식품 대미수입은 65억 2700만 달러에서 59억 8900만 달러로 5억 3800만 달러 줄었다. 이 중 곡물 대미수입을 보면 21억 9200만 달러에서 14억 6200만 달러로 7억 3000만 달러 줄었다. 이렇게 곡물 대미수입이 급감한 것은 북미지역의 가뭄으로 인해 미국산 곡물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곡물을 제외한 비곡물 농식품 대미수입을 보면 지난 1년간 43억 3500만 달러에서 45억 2700만 달러로 1억 9200만 달러 늘었다. 증가율은 4.4%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이 0.2% 감소한 점에 비춰 볼 때 4.4%는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비곡물 농식품 대미수입을 세부적으로 보면 과일,채소 수입이 3.1% 늘었고, 가공식품 수입이 6% 늘었으며 축산품 수입은 5.4% 늘었다.

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가 많이 늘었다는 정부 발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가 한미FTA 발효 전 2년간 44억 600만 달러에서 발효 후 2년간 80억 4000달러로 82.5%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해마다 변동률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미FTA 발효 전후 4년의 통계만을 빼서 대국민 홍보수단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는 2004년 47억 1778만 달러까지 늘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3억 2819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의 변화를 보면 2009년과 2011년 사이 3년 평균 증가율은 21.6%였고, 2012년과 2013년 사이 2년 평균 증가율은 25.4%였다. 두 시기 간의 연평균 증가율에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은 정부 주장과 달리 한미FTA 발효가 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또 한미FTA로 우리나라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011년 2.57%에서 2012년 2.59%, 2013년 2.75%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을 의미있는 실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대미FTA와 무관한 일본, 중국 상품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우리나라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1년과 2012년 사이 일본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5.84%에서 6.44%로 0.6% 포인트 상승했고, 중국 상품은 18.09%에서 18.71%로 0.62% 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과 2013년 사이에도 중국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8.71%에서 19.42%로 0.71% 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FTA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협정은 농업을 포함, 무역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으며 모든 무역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목표하고 있어 매우 높은 단계의 무역자유화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ㆍ싱가포르ㆍ칠레ㆍ브루나이 등 4개국이 2005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으로 이후 미국, 호주, 일본 등이 참여를 선언하여 현재 12개국이 교섭에 참여 중이다. 이 협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아태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무역자유화 수위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26%가 중국에서 소화되었고, 11%가 미국에서, 6%가 일본에서 소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TPP에 적극 나설 경우 TPP를 중국 고립전략으로 이해하는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산업간 양극화, 기업간 양극화,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수위가 높은 무역자유화는 서민경제의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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