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보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KBS에서 취재기자가 사내게시판에 편집회의에서의 ‘불통’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KBS는 오후 편집회의를 없애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발간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본부장 권오훈, KBS본부) 노보에 따르면 해당 기자의 글은 지난달 28일 게시됐고 기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KBS 측은 지난 3일 편집회의 개편안을 기자들에게 전달했고,  개편안의 핵심은 오전·오후 두 차례의 편집회의를 오전 한 차례로 줄인다는 것이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당사자는 7년차 기자인 조정인 기자다. 조 기자는 사내게시판에서 “최근 취재부서 기피 경향이 일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는 ‘불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기자들이 취재를 해서 발제하면 편집회의 뒤에는 논조가 바뀐다”며 “그 과정은 취재기자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식으로 전달하고 지시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달 28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조정인 KBS 기자의 글. 사진=KBS 새노조 노보
 
조 기자는 “왜 바뀌어야 하는지 최소한의 설명이나 논의도 없고 취재 내용이나 현장의 분위기는 묻지도,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며 “굵직한 꼭지로 ‘야마’가 잡혀서 내려오면 거기에 맞는 ‘팩트’만 가져와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까지 조선일보식의 ‘팩트 짜깁기’를 후배들에게 강요하실 건가”라며 “우리는 ‘취재’기자이지, 리포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이어 “이제 일방통행은 그만하고 후배들의 말을 들어볼 때”라며 “혼내고, 욕하고, 싸울지언정 최소한 묻고, 답하고, 논의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하루 2시간 넘게 편집회의를 하면서 아이템을 주무르는 국장, 주간, 부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몇몇 KBS 기자들은 “부끄럽다”며 조 기자의 글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KBS본부는 노보에서 “기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취재를 해봤자 하루 두 차례씩 열리는 이른바 ‘편집회의’에서 멋대로 기사 제목과 내용을 바꾸고, 현장 목소리는 묻지도 듣지도 않은 채 이미 정해진 리포트의 제작만을 강요하고, 다시 말해 밀실에서 합의된 뉴스를 기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는 울분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이 글이 게시된 뒤 “왜 하필 코비스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려 보도국을 이상한 조직으로 만들었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는 임 본부장이 ‘편집권에 대한 도전’이란 언급도 했으며 조 기자가 본인의 아이템이 누락돼 불만을 갖고 글을 올린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KBS는 뜬금없이 오후 편집회의를 없앤 것이다. KBS본부는 “불통도 이런 불통이 없다”며 “처음에는 아예 귀를 막아버리더니 이제는 멀쩡히 뚫린 귀로 말도 못 알아듣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 기사는 복잡한 세상만사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강변하셨던 분들. 정작 본인들의 이해력은 중학생 수준도 못 미친다는 참담한 상황을 알고 계신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편집회의가 하루 두 차례에서 한 차례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기존의 관행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조정인 기자의 문제제기 때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KBS 홍보팀은 “오전에 아이템이 결정돼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오후 편집회의에 대한) 일선기자들의 불평이 있었다”며 “기존 관행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줄인 것이지 조 기자의 문제제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KBS 측은 “조 기자가 글을 썼다고 편집회의를 없앴다는 것은 노조의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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