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17일자 사설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세력과 언제까지 같이 갈 것인가>는 16일 발기인대회를 마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에게 민주당 내 이른바 친노세력을 버리고 판을 짜라는 조언 같은데, 사설 내용이 중구난방이다.

동아일보 사설의 마지막 단락을 주제로 파악하자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강령과 정강·정책도 다듬지 못할 만큼 정체성이 합치가 안됐으니 정체성부터 제대로 확립해 당을 만들어가라는 충고로 보인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제목을 굳이 친노를 버리고 가라는 식으로 뽑았다.

물론 민주당 내 일부세력과 새정치연합 사이에 정체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이 발기인 대회를 통해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에 초점을 맞춘 만큼 당내 진보블록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그 사이에 억지로 친노를 끼워 맞추다보니 사설의 흐름이 엉망진창이 됐다.

“신당은 창당발기문에서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겠다고 했다. 또 민주적 시민경제 지향, 정의로운 복지국가 추구,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 등을 강조했다. 한 달 전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 창당을 선언하며 발표한 발기취지문에서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기득권 구조’에 대한 비판만 빠졌을 뿐 거의 그대로다”

   
▲ 동아일보 3월 17일자. 31면.
 
동아일보 사설 초반에 나온 대목이다. 통합신당의 정체성이 사실상 새정치연합 측으로 쏠렸다는 사실을 전한 것인데, 뒤 이어 뜬금없이 친노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발기인대회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내 친노세력이 ‘종북 친노와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했던 조경태 최고위원 발언을 문제 삼는 등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김한길 대표가 ‘조 최고위원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무마해 넘어갔다지만 신당의 강령과 정강·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같은 갈등이 또 불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민주당 내 이른바 친노와 비노 갈등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민주당 내 이 같은 갈등양상이 새정치연대와의 통합 뒷정리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그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직 이런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친노 진영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체성 논란 중심에 섰다고 주장하고 싶다고 해서 어떤 근거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노를 버리고 가라’는데, 이에 댈 수 있는 근거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결국 동아일보 사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조경태 최고위원이 언급했다는 ‘종북 친노’에 대한 부분이고, 동아일보 사설은 아래 단락에서 이 부분을 제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알려져 있지만 민주당은 6·15 남북 정상공동선언과 10·4 남북 정상선언을 ‘존중하고 계승한다’고 강령에 명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이슈에서도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개별 구성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다는 것이 발기인대회 직전에 또다시 노출됐다. 그런데도 통합신당이 창당에 급급한 것은 양측 모두 지방선거에서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는 살길을 찾으려는 정치공학적 목적 때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양측은 ‘정체성’부터 합의해 새정치를 기대하는 국민을 더는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6·15 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존중·계승하는 것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갈등의 중심이 아니다. 이 두 선언은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는 대북문제를 놓고 양 측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설명한다. 정작 새정치민주연합의 발기취지문에 안보 부분이 민주당에 비해 다소 보수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두 선언을 부정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동아일보의 아리송한 사설에서는 친노진영을 종북으로 몰려는 의도정도 밖에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실체가 불명확하다보니 정체성을 맞추라는 내용의 사설을 내보내면서 제목을 ‘친노를 버리고 가라’는 식의 앞뒤 안 맞는 내용으로 뽑을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비판을 위한 비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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