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당한 이후에도 몇몇 언론은 유우성씨 정체가 의심스럽다는 식의 물타기 보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3월 14일 세계일보와 문화일보는 유우성씨 남매의 정체가 의심스럽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일보는 6면 단독기사 <‘평범한 사람’이라던 유우성, 대북 송금 브로커였다>에서 “유우성씨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문투성이”라며 “유씨가 평범한 시민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따른다”고 보도했다. 유씨가 2005년 무렵부터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주선해주는 ‘프로돈’ 사업에 종사했고, “상당한 재력을 축적했을 것”이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 지원을 받고자 영국에 난민신청을 했다는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새로운 팩트’가 아니다. 세계일보는 “유씨 가족이 대북 송금 업무에 종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09년 해양경찰과 조사를 받으면서다”라며 “불법 대북 송금을 맡은 사실이 적발돼 외국환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이듬해 3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미 조사까지 받고 기소유예 처분까지 받은 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의심스럽다’고 보도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 2014년 3월14일자 세계일보 6면
 
같은 날 문화일보는 유씨가 북한인권 개선 관련 활동을 하는 탈북자 정보를 별도로 관리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1면 기사 <北인권 활동 탈북자 劉씨, 별도 정보관리>에서 유씨가 탈북자 출신 안보강사 18명과 유엔 북한 인권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26명의 탈북자 신원정보를 별도 파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씨가 가진 탈북자 정보는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게 충분하다”는 국정원과 검찰의 입장도 전했다. 문화일보는 3면 기사에서 유씨가 대북 브로커였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유씨측 공동변호인단의 김용민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이 1심 재판 때 유씨가 대북 브로커였다며 북한 보위부의 비호를 받으며 브로커사업을 했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유씨가 실제로 사업에 관여한 바가 거의 없었기에 법원에서도 잠깐 언급됐다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씨가 브로커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김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벌었다는 증거를 내놓았으면 한다. 유씨가 진짜 브로커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면 왜 막노동, 세차장 알바하면서 고생했겠나”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유씨가 민감한 탈북자 정보를 관리했다는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유씨가 갖고 있다는 탈북자 명단은 탈북자들이 한국 사람들과 같이 활동하는 동아리 회원 명단”이라며 “인터넷카페에 들어가면 다운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모든 탈북자 명단을 탈북자지원재단이가지고 있는데, 그곳에서 유씨한테 근무하라고 제안을 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유씨가 이를 거절했다. 탈북자 정보를 얻고 싶으면 힘들게 사람들 만나러 다니지 말고 그곳에서 근무하면 되는 데 왜 이 제안을 거절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은 1심 재판 때 유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매우 중요한 증거였고, 재단 근무를 제안한 사람이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 2014년 3월14일자 문화일보 3면
 
문화일보는 또한 유씨 측이 제출한 문서도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14일 1면기사3면 기사를 통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은 유우성씨 측이 싼허 변방검사참에서 발급받은 ‘상황설명서’도 위·변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확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며 “증거조작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유씨가 지난해 11월 4일 중국에 있던 부친에게 위임장을 보내 여러 문서를 발급받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위임장의 위임 내용에 유씨 측이 제출한 ‘상황설명서’ 발급 내용이 없다는 점을 ‘유씨 측 증거위조’의 근거로 들었다. 또한 위임장을 통해 요구한 통행증 사용 기간은 2006년 6월 23일~27일이었지만 싼허 변방검사참이 이전 기록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술했다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싼허 변방검사참에서 재발급 받은 상황설명서가 이전의 상황설명서와 서체, 양식, 띄어쓰기 등이 다르다는 점 등도 의혹의 근거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일보의 보도를 ‘물타기식 허위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문화일보 기사는 변호인 측이 제출한 상황설명서의 위·변조의 정황으로 유우성이 부친에게 보낸 위임장 내용, 상황설명서 발급 경위, 2차례 발급받은 상황설명서의 상이점 등을 들고 있다”며 “그러나 위 위임장은 삼합변방검사참의 상황설명서 발급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위 상황설명서는 위임장이 없이도 얼마든지 발급받을 수 있는 사문서다. 즉 상황설명서는 말 그대로 ‘설명서’이지, 유우성 개인의 신상에 관련된 것이 아니어서 발급시 반드시 본인의 위임장이 있어야 하는 공문서가 아닌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변은 “법원에 위 상황설명서를 증거로 제출할 당시 상황설명서 발급경위, 상황설명서 내용, 2개의 상황설명서간의 상이점 등에 대하여 충분한 내용을 의견서로 제출했다”며 “이미 재판과정에서 그 발급경위,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고, 중국 측으로부터 그 내용이 진실하다고 사실조회회신까지 받은 상황설명서에 대하여 이제와 새삼스럽게 위조, 변조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변호인단이 누차 우려해 왔던 일부 언론의 물타기식 사건본질 호도와, 기자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왜곡 보도”라고 비판했다.

   
▲ 14일자 문화일보 1면
 
문화일보는 또한 검찰이 유씨 측의 문서 위조 의혹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지난 12일 조사를 거부했던 유씨를 재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변은 “12일 당시 검찰은 상황설명서 등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한 바 없고, 이에 대하여 유우성과 변호인단이 조사나 진술을 거부한 사실도 없다”며 “기사 내용이 검찰 측 입장을 사실 보도한 것이라면, 검찰은 이에 대하여 명확히 해명해 줄 것을 바라고, 만약 위 기사 내용의 상당부분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의 보도라면, 변호인단은 언론의 이 같은 왜곡보도에 대하여 그 법률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잇따르는 물타기 보도에 대해 “국정원과 검찰이 유씨에 대한 인신공격 용도로 몇몇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과 검찰이 간첩 유죄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유씨가 이렇게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는 정보를 흘려 간첩 수사의 당위성이라도 찾자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