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4월 7일 개편을 앞두고 KBS 1라디오 <김방희의 성공예감>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일선 PD들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KBS본부)가 반발하고 있다. KBS가 1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의 영역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 반발 이유다.

KBS는 지난해 1라디오에서 <열린토론>을 폐지했다. 이어 이번 봄개편에서 KBS 1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역할을 해왔던 <김방희의 성공예감>까지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자 KBS본부는 “채널의 시사성을 탈색시키고 있다”며 “시사전문채널 KBS 1라디오는 무색무취, 존재감 없는 채널이 된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KBS 측은 <김방희의 성공예감>을 폐지하는 이유로 ‘로컬편성’을 들고 있다. KBS는 오전 9시까지 각 지역별 방송을 하다가 9시부터 전국방송으로 전환하는데, 8시 30분에 시작하는 <성공예감>이 30분은 수도권에서 방송을 하다가 9시부터 다시 방송을 시작하는 모양새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것이다.

김병진 1라디오 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8시30분에는 수도권만 방송이 나가다가 9시부터 전국으로 방송이 나간다”며 “지방에 계신 분들을 위해 9시에 방송이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하니까 어색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편성을 바꿔 9시대 전국으로 동일하게 방송하면 안되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장은 <성공예감>을 폐지하는 이유는 진행자 측이 편성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이 프로그램을 없애려 한 것이 아니라 진행자와도 몇 차례 얘기하고 설득했는데 진행자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그 전에 편성을 바꾼 바 있어 진행자의 불만이 있었지만 본인이 8년을 진행했고 방송을 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진로를 위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 KBS 1라디오에서 방송하는 '김방희의 성공예감'. 사진=KBS 1라디오 홈페이지
 
하지만 한편에선 1라디오 청취율 1위의 프로그램을 애써 손을 대야 하는 이유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로컬편성 문제가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청취율 1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KBS 측은 <성공예감>을 폐지한 이후 이 시간대 여성·주부 청취층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이다. 일선 라디오 PD들이 <성공예감> 폐지를 개별 프로그램 차원이 아닌 1라디오의 정체성을 바꾸려는데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KBS본부 최건일 편집국장은 “1라디오는 시사 채널인데, KBS가 재작년부터 시사물을 빼고 있다”며 “‘성공예감’이 그렇게 진보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라디오에서 인기 있는 경제시사 프로인데 이를 여성과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널별 특성을 강화할 생각은 없이 그 시간대에는 뭘 넣어도 된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시사프로그램보다 ‘소프트’ 한 프로그램으로 1라디오를 변환시키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장은 그것이 1라디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1라디오 청취층이 올드화되고 있다”며 “외부 기관에 의뢰한 결과 1라디오가 새로운 청취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여성을 붙잡지 않으면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1라디오는 국가기간채널이라 경쟁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국가 비상사태 때 사람들이 듣지 않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도 단순히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편지쇼 같은 형태가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문제 등을 지적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가 7개의 라디오 채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미 연성화된 라디오를 두고 시사성이 강한 1라디오마저 바꿔야 하냐는 반론도 나온다. KBS본부는 “이미 라디오 전체 채널 아침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의 주 타겟층이 이른바 ‘30-49 여성층’이며, 포화수준을 넘어간 시장”이라며 “TV까지 포함하면 유인책이 없는 공략”이라고 반박했다.

KBS본부는 “여성 청취자층 강화의 명목으로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피해고 이를 통해 정부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기회를 차단하고, 그 빈틈을 친정부 인사들로 하나둘 배치해 경쟁력과 신뢰도를 동시에 내팽개치는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편성에서 박근혜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위원으로 ‘창조경제 전도사’라고 불리고 있는 현대원 서강대 교수가 새로 주말프로그램 진행자로 내정된 것도 논란이다. KBS본부는 “현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경제자문위원으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홍보하는 데 앞장서 왔다”며 “그런 인사를 진행자로서 기용하는 것은 최소한의 균형감각마저 상실한 결과이며 본인의 전문분야인 학계에서 그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이미 현 교수는 주말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며 “담당PD가 새 진행자로 추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적극적이고 뉴미디어 쪽에도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장은 “(정치적)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프로그램이 정치적 시사프로가 아니고 성공스토리와 다매체 시대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본부는 이번 라디오 편성을 포함해 다음달 7일 예정된 봄 개편의 가닥이 나오면 내용을 살펴보고 추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최 국장은 “이번에는 개별 프로에 관한 문제이고, 전체 개편안이 나왔을 때 문제점을 파악해보고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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