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로 논란을 빚었던 함익병의 출연분을 <자기야-백년손님>에서 편집하지 않고 내보냈다.

SBS <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피부과 의사 함익병은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독재가 뭐가 잘못된 건가”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함씨는 또한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며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은 좋게 말하면 과대망상,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라는 등 정치적인 발언도 했다.

함씨의 발언은 즉각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함씨의 하차를 요구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함씨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여성의 권리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였다. 시청자 게시판에서 함씨의 하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쏟아지자 제작진은 지난 11일 <자기야>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의 경우 제목만 볼 수 있고 글 내용은 볼 수 없도록 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예고편에는 기존 멤버인 배우 우현과 남재현 내과 원장, 김일중 SBS 아나운서가 등장했고, 함씨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았다. 따라서 함씨가 하차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 ‘자기야-백년손님’ 예고편 갈무리.
 
하지만 13일 방영된 <자기야> 223회에는 함씨의 출연분이 편집되지 않았다. 함씨가 장모의 집을 방문해 옷장을 고쳐주고, 권투게임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함씨 대신 예고편에 등장했던 남재현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함익병의 출연분을 편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제작진이 예고편에서 함씨의 모습을 편집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시청률만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14일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자기야> 223회는 6.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방송보다 0.6% 상승한 수치다.

   
▲ 2014년 3월13일 방송된 ‘자기야-백년손님’ 화면 갈무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매체 엔터미디어에 올린 글 <함익병 편집 안한 ‘자기야’, 뭐가 문제일까>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매체와의 공공연한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건 다른 문제다. 게다가 그는 이미 방송인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발언은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한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들끓는 논란으로 인해 <백년손님>의 게시판은 논쟁의 장이 되어 버렸다”고 밝혔다.

정 평론가는 또한 “제 아무리 방송의 책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백년손님>이 함익병의 방송분량을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백년손님>을 일종의 ‘이미지 세탁’ 방송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라며 “편집 없이 방영된 <백년손님>에서 함익병은 장모와 함께 댄스타임을 갖기도 했고 고장난 옷장을 손보기도 했다. 이 장면만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여성의 권리 운운하는 발언을 했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하차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하차에 반대하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 공인도 아닌 일반인이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하차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잣대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방송인들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SBS <자기야> 제작진은 아직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 2014년 3월13일 방송된 ‘자기야-백년손님’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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